美 START 비준,'핵무기 없는 세상' 진일보

2010-12-23 19:29
美 START 비준,'핵무기 없는 세상' 진일보

미국이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비준함에 따라 '핵무기 없는 세상'이란 이상 실현을 위한 또 한 번의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양국 정상이 지난 4월 이 협정에 서명했을 때 20세기를 지배한 냉전시대 '핵전쟁' 위협의 유산을 극복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하는 역사적 이정표란 평가를 받았다.

또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인 양국이 획기적인 감축 약속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됐다.

정상간 공식 서명 이후 양국 의회의 비준 절차를 필요로 하는 이 협정 발효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의회의 비준 여부였다.


러시아는 일찌감치 비준이 확실시됐지만 미국 상원의 경우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비준이 계속 미뤄져 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상원이 22일 본회의에서 START 비준안 표결을 실시해 찬성 71, 반대 26으로 가결, 협정문 발효의 최대 고비를 넘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비준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초당적 START 비준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안보를 위해 공조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내는 것"이라며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해 전진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환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번 START는 최근 20여년 동안 가장 의미 있는 무기감축협정으로 우리를 더욱 안전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도 미 상원의 협정 비준에 환영의사와 함께 자체 비준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혀 금명간 비준이 확실시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 상원의 비준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러시아 의회도 조만간 협정을 비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곧 이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보리스 그리즐로프 의장은 러시아 하원이 이르면 24일 START 협정을 비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협정은 지난 1991년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타결 이후 근 20년만에 이뤄진 가장 포괄적인 무기통제협정이다.

협정에 따르면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현재 배치된 장거리 핵탄두를 현재의 2200기에서 약 30% 가량 감축, 각각 1550기의 핵탄두를 유지하게 되며, 미사일 발사대는 현행 1600기에서 각 800기까지로 줄여야 한다. 또 양국은 상호 무기 모니터·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번 협정의 의미는 적지 않지만 비판론자들은 '핵무기 없는 세상'은 현실적으로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순진한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로, 단지 위험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다.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한 공식 핵무기 보유국이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이며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인도도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이나 이란처럼 핵개발을 추진하는 나라들로 인해 국제사회의 위협이 커지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이번 협정은 상징성은 있지만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까지는 갈길이 너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이란 야심찬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자신이 사는 동안 실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도 자신의 세대에서는 "핵무기의 종말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긍정론자들은 비록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오늘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지금 자라는 세대 역시 '핵무기 없는 세상'에서 살지 못할 것이라며 두 나라 간 협정 체결이 장기적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작지만 소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