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장고끝에 `임전무퇴형 용장' 낙점

2010-11-26 21:24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장고 끝에 김관진 전 합참의장을 국방장관 후보자로 내정한 것은 무엇보다 군인정신이 투철한 `용장'이라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 위기 속에서 땅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회복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는 동시에 해이해진 군 기강을 확립하고 국방 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적임자는 군인정신이 투철하고 용맹스러운 `참군인'이어야 한다는 점에 이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 밤까지만 해도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보의 국방장관 후보자 내정이 유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특보에 대한 자체 청문회가 끝난 뒤 이같은 판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 특보에게 유리하던 구도가 두 사람에게 중립적인 구도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 것이다.

결국 청와대 자체 청문회에서 드러난 두 사람의 스타일의 차이가 사실상 운명을 갈랐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전에는 이 특보, 이날 오후에는 김 후보자에 대한 `모의청문회(심층면접)'을 실시한 결과, 참석자들은 용맹성이 돋보이는 김 후보자가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국방장관으로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 대통령에게 강력히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두 사람 모두 도덕적 흠결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이 특보는 전형적인 덕장 스타일이고, 김 후보자는 용장 스타일이라는 차이점에서 결론이 갈린 것"이라고 말했다.

홍상표 홍보수석도 국방장관 내정자 브리핑에서 "합리적이면서도 강한 리더십을 보여준 `전형적 무인'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모의청문회에서도) 국민이 바라는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 역량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천안함 어뢰 공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군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군에 대한 불신을 자주 나타냈으며, 특히 이번 연평도 교전 때는 `강군'의 면모를 상실한 군 수뇌부를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 후보자는 `임전무퇴'의 정신을 지닌 무인을 찾던 이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모의청문회에서도 군인의 `관료화', 출세지향주의, 개인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북한의 향후 도발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도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 후보자가 군내에서 `강직한 이미지'로 두루 평판이 좋은데다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도 낙점의 요인이 됐다.

이 대통령이 열망해온 군 쇄신과 국방 개혁을 추진할 지휘관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줬다는 후문이다.

모의청문회에 참석한 한 참모는 "김 후보자는 그립(장악력)이 강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말했고, 다른 참모는 "김 후보자는 거침이 없는 강골 무인이었고 군내 현안과 정책에 대해서도 훤히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호남 출신으로 `지역화합형' 인선이기도 하지만 청와대는 지역 안배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5월 천안함 사태 이후 김태영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뒤 주요 군 인사들에게 250개 가까운 문항의 '자기 검증서'를 보내 인재 풀을 확보해 놓았으며, 지난달부터 김 후보자와 이 특보 등 유력후보자들에 대한 사전 검증에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모의청문회가 끝난 뒤 이 대통령을 면담해 연평도 사태를 보는 시각, 군 개혁 및 기강확립 방안 등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대통령과 특별한 개인적 인연이 없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사전 검증에서 김 후보자는 아파트 1채를 포함해 10억원 가량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