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에 단련된 증시...단기 투기 자금은 이탈 가능성

2010-11-24 15:32

(아주경제 김경은 기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정치ㆍ경제 전면으로 부상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하루도 채되지 않아 안정감을 되찾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외국인은 24일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 리스크를 종전처럼 일회성 이벤트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도발은 의도적인데다 민간지역까지 겨냥한 포격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큰 만큼 장기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4.40원(0.40%) 오른 1142.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외국인에 의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던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외국인 매수의 방향성과 환율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 가운데 환차익과 단기 자본시세차익을 노리고 유입된 투기 자금 규모는 올해 들어서만 최소 3조~4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헤지펀드성 단기투기자금으로 지목되고 있는 룩셈부르크를 통해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10월 까지 총 2조4585억원이고, 같은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만군도를 통해 유입된 자금도 9,10월 중 5000억원 가량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총 189억원 순매수했다. 선물시장에서도 5723계약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도발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우리 경제가 그동안의 숱한 북한의 도발로 내성과 체력이 길러졌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해 4월 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때에도 다음날 주가는 오히려 14포인트 오르고 환율은 31원 하락하는 등 영향이 거의 없었다. 지난해 5월 25일에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소식에 장 중 88포인트(-6.31%)까지 하락했지만 당일 오후에 곧바로 진정됐다.

2006년 10월 9일에도 1차 핵실험 때는 주가가 33포인트 하락했지만 다음날 9포인트 반등하며 기력을 되찾았다.

하나대투증권은 "과거 북한 이슈가 실제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일시적이었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추세를 훼손하지는 못했다"며 "이번 연평도 사태 탓에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나 중기 이상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차분하게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이번 변동성 확대의 경우도 학습효과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면서도 연평도 지역 피해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사태가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이 아시안게임을 개최하고 있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고,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며 "북한이 중국과의 사전 교감이 없이 군사적 도발을 한 이유가 북한 내부의 헤게모니 변화와 관련이 있거나, 이전 보다 강도 높은 벼랑 끝 전술의 일환이라면 과거 북한 리스크가 발생했던 때 보다 기간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팀장은 "북한이 이번과 같은 선택을 계속한다면, 금융시장의 가격형성 메커니즘이 상당기간 훼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위험관리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과거처럼 하루 이틀이 아닌 일주일 정도의 하락을 염두에 두고 분할매수 관점에서 대응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kke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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