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결산] IMF 최대 규모 개혁작업 마침표 찍다
2010-11-12 16:58
국제통화기금(IMF)의 체질을 뒤바꾸는 사상 최대규모의 개혁작업이 서울에 모인 G20(주요 20개국) 정상들의 승인으로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 따라 IMF 내에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중심으로 한 신흥ㆍ개도국의 발언권이 높아지면서 국제경제 권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G20과 IMF는 미국과 서유럽국가들이 독식해온 기형적인 IMF의 의사결정 구조를 대폭 수술, 2차대전 직후 출범한 IMF의 65년 역사에서 최대의 지배구조개혁을 완수했다.
특히, IMF는 G20 정상들의 합의로 경상수지 관련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을 위임받아 세계경제 불균형(글로벌 임밸런스) 해소에서 핵심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사상 최대규모의 지배구조 개혁이 성공하고 G20의 위임으로 글로벌 임밸런스의 '감시자'로서의 기능을 공식적으로 확보한 IMF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평가된다.
◇G20 승인으로 최대규모 개혁 '마침표'
G20 정상들은 12일 '서울 선언'을 통해 선진국들의 IMF 지분 중 6%를 신흥국으로 이전하고 유럽 국가들이 가진 9명의 이사 의석 중 2석을 신흥개도국들에 양보하는 IMF 개혁방안을 최종승인했다.
또한 통화 및 환율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다함께 안정적이고 잘 작동하는 국제통화체제를 향한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IMF에 이에 대한 심도 깊은 작업을 요청한다"고 밝혀 '경제 펀더멘털이 반영되는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을 IMF에 위임했다.
◇산적한 난관들 뛰어넘어 개혁 성공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며 국제경제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IMF는 그동안 그 운영과 지배구조 등이 지나치게 서방선진국 위주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른바 브릭스 등 신흥시장국들의 부상에 힘입어 IMF 내에서 '과다대표'된 선진국들의 발언권을 '과소대표'된 신흥개도국들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는 IMF내에서 이러한 신흥경제권의 주장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로부터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전통적인 선진 경제권도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선진국들은 물론 신흥국들에게도 충격이었다.
여기에 '위기 이후'의 세계경제 성장을 중국과 브라질, 한국 등 신흥국들이 주도해나가며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떠오르면서 위기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세계경제지형은 IMF 개혁의 당위성을 한층 높였다.
신흥국들의 강력한 요구로 시작된 IMF 개혁논의는 그러나 선진국과 신흥ㆍ개도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과 각국별로 복잡한 정치경제 상황이 맞물리면서 별다른 진척이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했다.
전기가 마련된 것은 6월의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 토론토에 모인 G20 정상들은 진통 끝에 IMF의 지분을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과다대표국에서 과소 대표국으로 최소 5% 이상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에도 난관은 이어졌다.
지난 8월 미국이 IMF 이사 선출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난기류가 흐름에 따라 IMF 개혁작업은 다시금 미궁 속으로 빠져든 것. 10월에 열린 IMF 연차총회에서도 개혁은 진전이 없었다.
이에 따라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 개최를 앞두고 정부는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다. G20의 의장국인데다, 신흥개도국과 선진국의 '가교' 역할을 자처한 '중간자의 리더십'이 중재과정에서 주효했다는 평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IMF 지분개혁에 합의했지만 정작 세부사항들에 대해서는 당사국들이 모두 강하게 반발해 정부가 중재안을 마련해 IMF와 미국 등과 공동대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10월 말 열린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는 IMF 개혁의 일대 '분수령'을 이룬다.
정부는 IMF의 각국별 지분 조정안을 즉석상정해 한번에 타결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경주까지 내려와 합의를 촉구하는 등 전방위 압박전략을 통해 결국 토론토 합의보다 진전된 지분의 '6% 이전' 방안을 관철시켰다.
◇브릭스 지분율 10위권 내 진입..신흥국 발언권 강화
IMF가 경주 합의를 바탕으로 지난 5일 집행이사회를 열어 선진국들의 보유지분 중 6%를 신흥국으로 이전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중국의 지분율은 6위에서 3위로 올라섰고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브릭스 국가들의 지분율이 모두 10위권 내로 진입하게 됐다.
한국의 지분율도 1.8%포인트 높아져 전체 회원국 중 지분율 순위가 18위에서 16위로 2계단 상승함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IMF의 주요 정책결정과정에서 발언권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집행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이번에 G20의 승인을 받은데 이어, 향후 187개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전체 총회에서 통과하면 각국 의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확정 시행된다.
◇재도약 발판 마련..IMF 위상 한층 높아질듯
IMF는 개혁완료뿐 아니라 이번 합의로 경상수지의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과 함께 통화 및 환율체제에 대한 감시기능을 공식적으로 위임받음에 따라 국제사회에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이미 '정당성'까지 확보한데다, 회원국들에 대한 경상수지 추이를 감시해 이를 G20에 보고하고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한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최근 긴급대출제도도 손질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층 강화된 IMF의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앞으로 IMF의 주요 정책결정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이다.
지분율이나 경제적 위상에 크게 못 미치는 한국인 직원의 숫자를 늘리는 작업과 더불어, 금융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각종 구제금융 결정과정에의 참여, 금융위기 사전예방 등에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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