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정상회담서 타결되나
2010-11-10 18:06
한 때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쇠고기'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미국 측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밀실협상' 논란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10일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한·미 FTA 추가 협상에서 미국이 쇠고기 추가개방 문제를 거론하면서 협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은 지금 쇠고기 문제를 보따리로 싸들고 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예 보따리를 풀지 못하도록 막고 있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FTA 협의와 관련한 큰 틀의 원칙과 방향은 정부 내에서 이미 확정돼 있다"며 "FTA를 안해도 쇠고기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FTA를 타결하지 못하더라도 '쇠고기 추가개방' 문제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사흘째 통상장관회의를 열고 자동차 수입문제와 합의내용 반영 방식 등을 중심으로 막판 조율을 시도했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미국 측은 이날 협상에서 쇠고기 관련 자료를 잔뜩 올려놓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를 협의할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측은 "쇠고기 문제를 의제로 삼는다면 더이상 협의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간 FTA 협의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상황은 더 유동적이 됐다"면서 "타결 쪽으로 급진전되다가도 갑자기 어려움에 봉착하는 등 상황이 출렁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한ㆍ미 양측이 쇠고기를 제외한 자동차 문제는 사실상 합의한 만큼 늦어도 11일 양국 정상회담 전에는 최종 타결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실무급 협의와 사흘간 진행된 통상장관회의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기준 및 연비와 배기가스 등 환경기준을 완화하고, 제3국에서 수입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환급(duty drawback) 상한을 5%로 제한키로 미측과 의견을 조율했다.
하지만 이번 FTA 협상은 미국의 요청으로 시작된데다 협상기간 내내 한국이 수세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미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손학규, 민주노동당 이정희, 창조한국당 이용경, 진보신당 조승수,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 등 야권 대표들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조찬 회담을 갖고 이번 추가 FTA 협의를 '퍼주기식 재협상'으로 규정, 비준을 공동 저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정경진 기자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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