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각, 북악의 가을단풍과 전통이 만나는 곳
2010-11-10 13:29
삼청각의 본채인 일화당 2층 다원의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 본 가을 단풍. |
서울도심에서 삼청각(三淸閣)을 찾아가는 가장 가까운 코스는 삼청동과 삼청터널을 지나는 길이다.
번잡한 삼청동을 지나는 순간 속세를 떠나 산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삼청터널로 넘어가는 길옆 단풍이 울긋불긋 제법 물이 들었다. 서울 도심 가까운 곳에 이런 기막힌 단풍을 볼 수 있다니 새삼 반갑다.
삼청터널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왼쪽에 장대한 솟을대문이 보인다.
지상 2층, 지하 2층인 일화당은 삼청각의 중심건물이다. 날렵한 기와선과 북악산이 하나의 소화를 이룬 전통양식의 아름다운 한옥이다.
한식당인 일화당이 자랑하는 메뉴인 전복요리. |
퓨전국악앙상블 ‘청아랑’의 노래와 무용, 기악연주 등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다양한 국악기 해설까지 곁들여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격은 공연과 식사 포함 5만원(VAT별도)으로 월요일은 불고기 정식, 화요일은 산채비빔밥정식, 수요일에는 전복해물 된장찌개정식 등 요일별로 제공한다. 소중한 기념일 등 특별한 순간을 즐기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외국관광객들의 관심이 높다.
2층은 다양한 문화공연과 세미나를 위한 공연장과 가볍게 파스타나 샐러드, 그리고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다원’이 있다. 가격은 스파게티나 파스타가 1만5000원에서 2만원 내외로 조금 비싼 편이다(VAT별도). 솔잎차 등 국산차도 1만원 내외다. 값은 조금 비싸지만 향이 아주 그만이다.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와인이나 맥주 등도 준비돼 있다.
다원의 야외 테라스에서 바라본 가을 단풍이 예술이다.
고개를 돌리면 3년 전 개방한 북악산 숙정문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김희진 삼청각 지배인은 “올해는 단풍이 조금 늦어졌다. 11월 중순을 넘어야 절정”이라며 그 때 다시 찾을 것을 권한다. 또 “숙정문 등산코스는 계단이 많아 팍팍하지만 왕복 1시간 정도로 적당한 거리”라며 “산책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운동 삼아 자주 찾는다”고 덧붙였다.
일화당 앞 정원과 전통놀이마당에서는 야외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전통놀이와 결혼식,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를 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일화당을 지나면 별채인 유하정(幽霞亭)을 만날 수 있다. 짙은 숲 위로 뾰족 솟은 기와지붕이 아름답다.
유하정은 팔각정 모양의 별채로 북악산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옆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에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삼청각에서 규모가 가장 큰 별채인 청천당(聽泉堂)은 이름 그대로 맑은 물소리로 마음과 정신을 씻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고풍스런 양반가 사랑채의 고즈넉함이 묻어난다. 각종 연회나 약혼식 등이 열린다.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천추당(千秋堂)과 취한당(翠寒堂), 그리고 동백헌(東白軒)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속에 한적하게 자리 잡고 있는 웰빙 한옥이다. 어디선가 낭랑한 선비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삼청각의 중심건물인 일화당 모습. |
어느 통신사의 광고 문안처럼 또 다른 세상을 만날땐 핸드폰은 잠시 꺼두고 사색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밖에도 다례와 한복체험, 규방공예, 전통음악, 한국요리 등 다양한 전통문화 강좌와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10명 이상 일주일전 예약하면 별채에서 별도로 진행된다. 주로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참여한다.
삼청각이 역사의 굴곡을 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아쉽게도 일반인들이 느끼는 거리는 여전히 멀다. 전통문화 공연을 하고 있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 없는 것도 서운하다.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 제공과 공연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삼청각은 불편한 대중교통을 해결하기 위해 경복궁, 조계사, 영풍문고, 을지로 입구, 프레스센터, 교보문고, 현대갤러리를 거쳐 삼청각까지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윤용환 기자 happyyh63@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