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 떠난 하나금융… 우리금융 인수 '험로' 예고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하나금융지주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향후 파장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주주였던 테마섹이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하나금융의 우리금융지주 인수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21일 하나금융 주가는 3만2950원으로 전일 대비 8% 가량 급락했다. 테마섹이 보유 중이던 하나금융 지분 9.60%를 전량 매각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금융권은 테마섹이 떠난 후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 동안 하나금융이 정부가 보유 중인 우리금융 지분 57% 중 일부를 매수하고 나머지 지분을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야 하는데 최대 주주였던 테마섹까지 손을 털고 떠났으니 걱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테마섹이 지분을 매각하고 나가면서 하나금융이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테마섹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종전 2대 주주였던 골드만삭스의 자회사 GS Dejakoo(지분율 8.66%)가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어 국민연금(8.19%)과 얼라이언스번스타인(7.3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 기존 주주도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한 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우리금융 측은 반기는 분위기다. 민영화 방안으로 제시했던 과점 주주체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이달 말 예금보험공사가 매각 공고를 하면 지분을 블록 매입할 투자자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은 테마섹의 지분 매각과 우리금융 인수는 무관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마섹 지분 매각이 우리금융 인수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최대 주주가 변경돼도 그룹의 전략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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