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생이별 모녀 세금고지서 덕에 재회

2010-10-19 18:20

지방세 고지서에 실린 실종자 사진 덕에 22년 전 헤어졌던 장애 여성이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1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1988년 7월 마포구 서교동에 살던 정신지체 여성 김모(당시 12세)씨는 강서구 화곡동의 이모 집에 놀러 나섰다가 행방불명됐다.

당시 경찰의 노력에도 딸을 찾지 못해 약 22년 동안 가슴앓이를 해온 어머니 신모(62)씨는 "죽기 전에 딸 얼굴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며 지난 2월1일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씨의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보관하는 실종자의 유전자 정보와 대조해봤지만 별 소득이 없자 8월 중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의 도움으로 경기 파주시의 지방세 지로고지서에 딸 김씨의 사진과 이름을 게재했다.

이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8월26일 경찰은 전화 한통을 받았다. 경기 연천시에서 장모(57)씨가 데려다 키운 여성과 고지서에 실린 사진 모습이 닮았다는 장씨 지인의 제보였다.

경찰은 즉시 출동해 이 여성의 DNA를 채취했으며, 이를 분석한 국과원은 신씨의 딸인 김씨가 맞다고 결론냈다.

장씨는 1993년 11월 의정부 버스터미널 앞에서 헤매고 있던 김씨를 발견해 친딸처럼 키워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소재를 파악한 경찰은 신씨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22년 만인 지난 18일 마침내 모녀 상봉이 이뤄졌다.

상봉 직전 신씨는 "눈물이 다 말랐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만삭의 딸과 마주하고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딸 김씨는 1년 전 남자친구를 만나 함께 살고 있으며 현재 혼인신고를 앞두고 있다. 신씨는 형편상 딸을 다시 데려갈 처지는 못되지만 자주 왕래하며 못다 준 '낳은 정'을 쏟을 생각이다.

최종상 마포서 형사과장은 "오랜 세월을 기다려 상봉한 모녀의 사연에 가슴이 뭉클했다"며 실종자 발견에 시민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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