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체조] 체조 관전법..'높이와 착지 봐야'

2010-10-18 07:44

'파워와 높이, 착지를 중점적으로 보세요'
    체조는 인간의 몸이 만들어낸 우아한 몸짓을 수치로 계량화, 순위를 매기는 종목이다.

   리듬체조가 수구(볼, 리본 등 기구)를 이용해 화려함의 극치를 자아낸다면 기계체조는 절도 있고 정확한 연기를 최우선으로 친다.

   네덜란드 항구도시 로테르담에서 16일(한국시간) 개막한 제42회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는 70여개 국에서 600여 명의 선수가 참가,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올해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는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 참가 자격을 주는 대회여서 각 나라의 전력 탐색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육상과 함께 대표적인 기초 종목으로 꼽히는 기계체조에는 올림픽 금메달이 14개나 걸려 있어 입지가 탄탄하고 특히 발상지 유럽에서는 아마추어 종목 중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한다.

   체조를 어떻게 하면 보다 즐겁게 볼 수 있을까. 18일 대회를 참관 중인 김대원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와 박남미 국제심판(공주대 교수)으로부터 관전법을 들어봤다.

   ◇기계체조 점수 채점 방식= 기술난도+실시점수
    그에 앞서 기계체조 점수 채점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오심 파문 끝에 양태영(30.대표팀 코치)이 남자 개인종합 금메달을 미국 폴 햄에게 뺏기면서 국제체조연맹(FIG)은 말 많은 10점 만점 제도를 폐지하고 종목마다 상한점이 없는 새로운 점수 체계를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뒤 발표했고 시행 6년째를 맞고 있다.

   새로운 점수 체계는 기술난도(Difficulty)와 실시점수(Execution)의 합계로 이뤄진다.

   기술난도는 A부터 G까지 7개로 나뉜 난도 기술을 얼마나 매끄럽고 잘 연결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결정된다.

   필수구성 요소 8가지를 높은 난도로 구성하고 깔끔하게 연결한다면 가산점도 받아 점수가 높아지는 식으로 보통 5~7점대에 분포한다.

   실시점수는 10점을 기본으로 실수가 나올 때마다 점수를 깎아 결정된 점수다. 심판에 따라 실수가 가벼운지, 중간급인지, 큰 실수였는지에 따라 0.1점, 0.3점, 0.5점씩 감점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큰 실수일수록 감점 폭이 0.8점까지 늘었다.

   박남미 교수는 그러나 "체조처럼 워낙 복잡해 채점이 어려운 종목도 없다"면서 "과거 10점 만점 체제에서는 체조를 잘 모르는 팬들도 어떤 선수가 연기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채점체계가 바뀐 뒤로는 전문가만이 알 수 있다. 팬들의 이해를 높일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동작이라도 높이가 중요
    김대원 전무나 박남미 교수는 체조를 관심 있게 지켜보려면 "똑같은 동작이라도 높이를 중점적으로 보라"고 조언했다.

   마루 운동-안마-링-도마-평행봉-철봉 등 6개로 이뤄진 남자부 종목에서는 종목마다 요구하는 최고 연기가 따로 있지만 대체로 높게 뛰고 완벽한 착지가 이뤄지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김 전무에 따르면 탄력이 중요한 마루 운동에서는 높이, 양팔에 의지해 연기를 펼치는 안마에서도 얼마나 엉덩이가 높이 떠있는가가 채점에 중요한 요소다.

   L자 버티기 등 정지 요소가 많은 링에서는 2초 이상 얼마나 부동자세를 유지하느냐가 핵심이다.

   도마는 도움닫기에서 힘차게 뜀틀을 치고 오른 뒤 얼마나 높이, 멀리 나느냐가 관건이다.

   평행봉에서는 깔끔한 자세, 철봉에서는 공중제비 동작 후 정확하게 철봉을 잡는 자세가 득점과 직결된다.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 운동 등 4개로 이뤄진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점프와 스피드가 1차 결정 요소로 특히 높이 1.25m, 폭 10㎝, 길이 5m라는 좁은 공간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평균대에서는 균형감각이 가장 중요하다.

   ◇요즘 유행은 우아함→파워, 고난도 기술→정확성
    FIG가 요즘 중시하는 건 우아하면서 난도가 높은 기술보다는 힘이 넘치면서도 정확한 연기다.

   지난 7월 방한해 대표팀 선수들의 연기를 직접 지켜본 지한파 아드리안 스토이카 FIG 기술위원장도 "어려운 기술보다 안전한 연기를 완벽하게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경향은 이번 대회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모험을 걸기보다 안정성에 집중한 경향이 많다고 체조인들은 입을 모은다.

   심지어 여자 단체전에 출전한 일부 나라 선수들은 부상 위험이 큰 도마에서 한 번만 연기를 끝낸 경우다 많다. 도마는 다른 종목과 달리 1,2차 점수 평균으로 순위를 매긴다.

   박남미 교수는 "미국이 득세하면서 여자 체조에서도 우선순위가 우아함이나 예술성보다 파워, 유연성, 정신력 순으로 바뀌었다. 하체 근력이 튼튼한 선수일수록 힘있는 연기를 펼치고 착지나 마무리 동작에서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제는 중국도 파워 중심의 미국을 따라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