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IS F 수석 엔지니어 방한한 까닭은?
렉서스 IS F 수석 엔지니어인 야구치 유키히코 씨가 차량을 직접 시연해 보이는 모습. (사진=김형욱 기자) |
(태백=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렉서스 ‘IS F’ 개발을 기획 및 총괄한 야구치 유키히코 도요타 수석 엔지니어 가 방한했다. 지난 25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 파크에서 열린 렉서스 스포츠 모델 미디어 시승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단순한 국내 시승 행사에 한 차량의 개발을 총괄한 수석 엔지니어가 참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그만큼 차량에 대한 애정이 높다는 의미다. 그 배경에 대해 그에게 직접 들어봤다.
“올해로 도요타에 입사한 지 33년째가 됐다.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유럽차를 뛰어넘는 스포츠카를 만드는 게 꿈이었고 IS F가 이를 실현시켜 줬다.”
유키히코 씨는 지난 1977년 도요타에 입사, 렉서스 LS시리즈, GS시리즈, 도요타 크라운 등 차종의 엔지니어링으로 경력을 쌓아 오다 2003년 렉서스 개발센터에 LS시리즈 수석 엔지니어로 발령 받았다.
입사 27년 만에 그의 어릴적 꿈에 한 발 다가선 것이다.
차량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키히코 수석 엔지니어. |
그는 2002년 브랜드 전략팀에 근무할 때부터 렉서스도 프리미엄 스포츠카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프로젝트는 거부됐다.
당시 렉서스는 정숙성이 장점인 프리미엄 세단으로 자리매김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도요타 경영진은 일부 마니아 층만을 겨냥한 스포츠카를 위해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비밀리에 컨셉트카 개발에 나선 것이다. 구형 IS300을 기반으로 만든 컨셉트카에 직접 임원을 태우는 등 끈질기게 개발 계획을 제안했다.
결국 IS F 개발 계획은 2004년 가까스로 통과했다. 비록 일반 자동차 개발에 비해 5분의 1 수준인 300명의 엔지니어만이 투입된 프로젝트성 계획이었지만 그 열정 만큼은 대단했다.
유키히코 씨는 “차량 개발은 전 세계에서 이뤄졌다. 일본은 물론 미국.유럽.호주 서킷에서 주행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고성능 스포츠카인 IS F 레이싱 컨셉트카도 개발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승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유키히코 씨의 모습. |
그는 “(개발을 마치고) 마침내 일상에서도 다이나믹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차가 완성됐다고 생각했다. 오너(owner)를 위한 개발됐고, 오너는 이 차를 좋아할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직접 차를 운전, 수십여 차례 트랙을 돌며 기자들에게 차량의 특징에 대해 일일히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에 있는 대부분 서킷에서 운전을 해 본 일급 테스트 드라이버이기도 하다.
“이 차량의 특장점은 에어로 다이내믹 서스펜션과 공기 저항 최소화.기류 최적화로 성능을 높인 차체다. 또 야마하 F1 팀이 개발한 5000cc 8기통 엔진과 8단 스포츠 다이렉트-시프트 트랜스미션으로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차량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
시승 중 경쟁 모델에 비해 출력이 낮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차량의 최고 출력은 423마력(6600rpm), 최대 토크는 51.5kg·m(5200rpm)다. 경쟁 모델로 꼽고 있는 벤츠 AMG나 BMW M시리즈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
그는 “BMW M시리즈의 경우 8000rpm에서 최고 출력을 낸다. 그에 비해 이 차량은 이보다 현실적인 영역대에서 높은 출력을 낸다”고 설명했다.
또 “이 차는 일상 생활에서는 고급차, 서킷에서는 스포츠카로 활용하는 데 차별점을 두고 있다”며 “새 트랜스미션 기술로 저회전에서 최고 출력을 내는 것은 물론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격 또한 8800만원으로 경쟁 모델은 물론 일본 판매가(현재 환율로 약 1억500만원)보다 낮다는 것 역시 강점이다.
그는 “분명 많이 팔릴 모델은 아니지만 이 차의 오너에게는 그 어떤 차보다 더 즐거운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IS F는 엔지니어가 내게 직접 와 차량을 어필해 달라고 할 정도로 자부심 있는 차”라며 “엔지니어의 열정을 보며 내 가슴도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승이 끝난 후에도 야구치 유키히코 씨가 열정적으로 차량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단순한 엔지니어가 아닌 ‘장인’의 모습을 느껴졌다. IS F 역시 단순한 차 이상의 ‘작품’으로 느껴졌다. 분명 그의 방한은 성공적이었다.
ner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