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관전 포인트④] 우리가 인수해야만 하는 이유

2010-10-10 19:59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인수 명분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자금력, 시너지 효과, 경영능력ㆍ도덕성과 함께 중요 평가 항목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건설이 대한민국 대표 건설사이자, 국민기업이기 때문에 여론의 향배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M&A연구소 관계자는 "포드가 미국의 자존심이라면, 현대건설은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표상"이라며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 인수전에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분위기를 감안해 현대그룹은 TV광고를 통해 현대건설의 상징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적통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그룹의 공세에 무대응 원칙으로 일과하는 한편 경제논리를 앞세워 논점이 흐려지는 것으로 막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고민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현대건설 인수의사를 밝힌 보도자료에도 그대로 묻어있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참여 배경에 대해 "그룹 숙원사업이었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자동차사업도 글로벌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이 범현대가의 장자임에도 철저하게 경제논리를 인수명분으로 내세운 것. 현대건설이 자산가치 10조원의 기업이자 시공능력평가순위 2년 연속 1위 등 탄탄한 사업구조를 갖춘 만큼, 그에 걸맞는 경영능력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이 인수 적임자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인수전이 자칫 여론전으로 확전될 경우 지난 '왕자의 난' '시숙부의 난' '시동생의 난'에 이어 또다른 집안싸움으로 비춰지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인수ㆍ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기업의 자금력과 경영능력 등 객관적인 항목이 절대적인 평가기준"이라며 "외부요인이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객관적인 열세에 놓인 현대그룹은 적통성이라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모습이 담긴 TV광고가 전파를 탔다. 광고 말미에는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도 등장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선대 회장들의 땀과 열정이 녹아있는 회사"라며 "현대건설 정상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현대그룹이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적통성을 내세운 현대그룹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사활을 건 싸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인수 실패 시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의결권이 있는 현대상선 보통주 7.22%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현대상선 최대 주주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22.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우호 세력인 KCC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4.27%이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전제로, 정씨일가의 현대상선 보유지분은 33.63%이다. 현대그룹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42.56%를 보유하고 있어 현대중공업과의 격차는 9% 정도이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2006년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해 아일랜트 주자자 '넥스젠캐피탈'과 체결한 현대상선 주식 600만주(6%)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도래한다.

만약 넥스젠이 만기를 맞아 이 주식을 팔면 현대그룹 지분율은 떨어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이 공개 시장에서 매집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고리이다.

ironman1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