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프론티어] 잇고 나누는 '선한 네트워크' 꿈꾼다
기획·1인 미디어 전략 등 웹상서 다양한 시도
기존과 차별화된 소통중심 SNS '잇글링' 탄생
100% 일에만 몰두... 내년엔 해외시장 진출 목표
(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무엇보다도 인터넷 상의 선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내년엔 국내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 그 중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국내 토종 SNS '잇글링'의 윤지영 대표(사진)는 이같이 당찬 포부를 밝힌다.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사회학'을 공부한 후 네트워크와 개인의 정체성, 뉴미디어 등의 분야에 관심을 갖고 커리어를 쌓아온 윤지영 미디어레 대표를 만나봤다.
◆ 국내외 통틀어 처음 보는 SNS '잇글링' 만들어
▲ 윤지영 미디어레 대표 |
윤지영 대표가 공들여 운영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잇글링(Itgling). 낯선 이들에게는 생소한 SNS일지 모르지만, 잇글링이 나온지 일년이 지난 지금 꽤 두터운 층의 마니아들이 형성됐다. 기존 사용자뿐 아니라 신규 사용자들도 '잇글링은 중독'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지영 대표는 잇글링에 대해 '다른 SNS를 따라하지 않은 유일한 서비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잇글링은 기본 개념부터 기존의 소셜네트워크와는 차별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잇글링이란 '글이 이어지는 행위'를 말한다. 사용자들은 정보를 보급, 구독하는데 그치지 않고 토론을 통해 정보를 보충하고 글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가 미디어레 창업 전 무선서비스 전략, 기획, 유선서비스, 1인 미디어 전략 등의 업무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서,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점점 많아졌다. 수시로 변화하는 웹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 중 매체를 통해 사람을 모으고 그 사이에서 소통을 만들어내는 일에 대한 목마름이 가장 절실했다.
그런 그의 절실함을 담아 탄생한 것이 잇글링이다. 기존에 온라인 SNS에서 관계를 형성할 때는 '친구'를 맺거나 '구독'을 하는 경우로 크게 나눠졌지만 잇글링은 자주 이야기하고 소통할 경우 '절친'이 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자주 만나면 친해지는 원리와 같다.
윤 대표는 "웹 상에서 검색을 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노동이 되지 않고, 정보를 교환하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곧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되게 하자는 취지에서 잇글링을 만들게 됐다"며 "또 그 과정이 즐겁고 유쾌한 여행 같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SNS 중에서도 '선한 커뮤니티' 지향
"잇글링은 선한 커뮤니티를 지향해요. 여기서는 악플을 달거나 하면 서로 제재해주고, 잘 모르면 알려주면서 서로 돕는... 말 그대로 선한 SNS에요."
잇글링은 윤지영 대표의 가치관과 많이 닮아 있다. 윤 대표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도 진심어린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데, 사용자들도 그의 가치관을 따르는지 최근 '휴지통 데이'라는 것이 생겼다.
윤 대표는 "어떤 유저분이 '비우는 삶을 살자'라며 무소유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것이 이어져서 '휴지통 데이'가 됐다.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나눔을 하는게 어떨까 해서 시작한 휴지통 데이가 이번에 3차까지 진행됐다"며 "이번 3차 휴지통 데이는 경매 방식으로 진행해 단체 기부를 목표로 했는데, 1000원짜리부터 시작한 경매가 벌써 100만원이 넘게 모였다."고 웃음 짓는다.
그는 "물건이든 정보든 나눠 쓰게 돼 나름의 '나눔의 미학'이 있다. 정보를 나누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선함'이 전제조건이다. 이용자들의 내면에는 모두 선함이라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선한 네트워크, 나누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향후 매달 '휴지통 데이'에 사용자들과 기부뿐 아니라 봉사활동까지 계획하고 있다며 즐겁다는 듯 웃는 그를 보니, SNS 상에서 그가 꿈꾸는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 워커홀릭... "즐거워서 미치죠"
미디어레 창업 전 3년 동안 SK커뮤니케이션에서 이사와 연구소장을 역임한 윤 대표는 지금 하는일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윤 대표는 "SK컴즈에 계셨던 분이 어느 날 연락이 닿아 '나가서 해보니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그 때 내 대답은 '미치죠' 였다. 힘들어서 미치고, 좋아서 미친다는 의미"라며 "내 서비스를 키워내고 팀원들과 감동하면서 가족처럼 '믿음'이 하나 둘씩 생겨나는 게 너무나 감동적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일에 100% 쏟아 붓는 스타일이다. 어느 선까지 일을 할 것인가를 정해 두면, 더 이상 성장하는 데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지만, 그분들과는 달리 나는 두 가지 다 잘 할 수 없는 사람이다"며 "어느 선까지 내 생활을 할애할 것인가를 두고 일하면 분명히 한계가 생기기 때문에, 나같은 경우는 100%를 일에만 쏟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정체성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잇글링을 시작하고 키우는 과정에서 학교와 책, 논문에서 배우지 못한 정체성과 소통 등에 대한 것들을 더 많이 배우게 됐다"고 전했다.
잇글링의 내년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윤 대표.
'즐겁게 나누는' 웹을 다음 세대에 남겨주는 것이 꿈이라는 윤지영 미디어레 대표의 항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jjsim@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