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빚진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2010-10-03 11:02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2007년 7월 샘물교회 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아프간 피랍사태가 어느덧 3년을 지났다. 당시 피랍 상황을 생생하게 담은 책이 출간됐다.
피랍 당시 유일하게 자녀를 둔 여성 피랍자였던 김윤영(38)씨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그 50일간의 여정'(빛나는새벽별 펴냄)을 냈다.
책에는 탈레반에 납치돼 풀려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신앙으로 극복한 이야기 등이 담겼다.
김씨는 2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헛간 등에서 지내며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힘겨운 피랍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낯선 이국 땅에 선한 마음을 가지고 갔다가 죽음에 직면했던 그때의 일은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은 제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김씨는 "아프간에서 살아 돌아온 뒤 일상생활은 변한 게 거의 없지만 삶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새로워졌다"면서 "피랍 당시 저희들을 위해 걱정하고 기도해주신 국민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갔던 봉사단원 중 2명의 희생자가 나왔고 살아 돌아온 우리들 역시 이미 죽음을 경험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남은 삶은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다른 곳에 분산 수용됐던 단원들이 살해 위협 속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은 것과 비교하면 우리 팀은 그나마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면서 "탈레반도 가난했고 우리가 수용됐던 민가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는데 우리에게 자비(自費)로 먹을 것을 사주는 주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기도 수도도 없는 곳에서 외부 소식도 전혀 듣지 못한 채 지내서 오히려 현지인들과 마음을 열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정말 열악한 곳이었지만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이념과 종교, 국가체제가 다르긴 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같았다"고 말했다.
1남1녀의 자녀를 둔 김씨는 피랍 당시 머물른 한 민가에서 만난 아프간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토이바'를 지난 4월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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