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의 LG전자號 진단②] 13년 CEO 성적표는?
2010-09-28 16:31
-8970억 적자로 LG필립스 대표 퇴진
-반도체 빅딜 실패...내부거래 의혹도
-반도체 빅딜 실패...내부거래 의혹도
-LG상사 매출 마이너스 성장... 같은 기간 경쟁사 두배 이상 성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
특히 1986년 금성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2007년 LG상사 대표이사로 이동하기까지 1996년 LG화학 전무로 활동한 1년을 제외하면 20년 동안 LG의 전자 계열사에서 근무했다.
전자산업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경험과 오랜 기간 LG의 주력 계열사를 이끌어온 연륜은 구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직을 맡게 된 주요 이유다.
다만 계열사 경영을 이끌어온 구 부회장의 성적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리고 있다.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발전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LG필립스, 8790억 적자...표준화 경쟁 실패
8년 간 대표이사로 있었던 LG필립스는 평가가 가장 엇갈리는 부분이다. 구 부회장은 파주LCD 클러스터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LG디스플레이를 유수의 디스플레이 기업 반열에 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쪽에서는 2006년 퇴임 당시 LG필립스 영업적자가 8790억원에 달했다는 것을 주목한다. 당시 삼성전자 LCD사업부 영업이익이 6500억원에 달했다. 시장 상황 분석과 투자 시기 등에 실기가 있었기에 이같이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
아울러 LG 진영은 LCD 패널 표준화 작업에서도 삼성 측에 고배를 마셨다. 17인치 모니터를 시작으로 40인치 대에 이르는 8세대 사업까지 LG필립스는 삼성전자와 차별화된 기판을 제조했지만 시장의 주류를 선점하지 못했다.
구 부회장은 당시 “LG필립스의 LCD가 진정한 7세대”라며 “경쟁사는 6.5세대에 불과하다”고 폄훼했지만 결국 LG의 기판은 표준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 반도체 합병...부당 내부거래 의혹도
구 부회장은 처음으로 대표이사직을 맡은 LG반도체에서는 현대와의 합병으로 이렇다 할 경영을 펼치지 못했다. 다만 현대전자와 빅딜 당시 경영주체로 어느 회사가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에서 패배함으로써 LG는 오랜 기간 공 들였던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부재는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LG전자가 뒤처진 경정적 이유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합병 당시 소액주주 등으로 구성된 LG반도체 비상대책위원회는 “개당 3.2달러인 32M S램 100여 만개를 개당 1.95달러에 LG전자에 전량 매각했다”며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제가하는 등 비판에 시달렸다.
◆ LG상사, 구본준 취임 후 매출 마이너스 성장
현재 구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LG상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액이 4조3161억이다. 이는 취임 전인 2006년 5조5776억원에 비해 1조2000억원 이상 줄은 수치다.
LG상사의 매출 실적은 경쟁사와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5대 종합상사 가운데 자원개발 및 무역, 3국거래 등 상사 본연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은 LG상사·대우인터내셔널·현대상사 등 3곳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6년 매출 6조3836억원에서 지난해 11조2480억원으로 두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7조7720억원을 기록 2006년 한해 매출을 훌쩍 넘어섰다.
현대상사 역시 2006년 1조1080억원에서 2조5775억원으로 큰 폭의 성장을 거뒀다. 삼성물산과 SK네트웍스도 2006년 대비 매출액이 증가했다. 구 부회장 취임 이후 LG상사만이 국내 주요 상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 하락을 기록한 것.
익명을 요구한 재계 인사는 “LG전자의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오너경영에 복귀함으로써 책임있는 과감한 경영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구 부회장이 지난 13년 동안 LG의 맏형인 LG전자를 이끌어 갈만한 경영성과를 거뒀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앞으로 LG전자는 과감한 투자와 경영전략 변경 등 기업 체질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며 “향후 구 부회장의 판단에 따라 지난 반세기 한국 전자산업을 이끌어 온 LG전자의 성쇠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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