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평택 소방서 최기석 과장 : 양치기 소년과 자동화재탐지 설비
2010-09-28 12:36
우리가 어릴적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로 “양치기 소년”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여러 소방시설중 자동화재 탐지설비라는 소방시설이 있다.이 시설은 화재가 발생하였음을 자동으로 알려주어 화재시 인명을 대피할 수 있게 할뿐만 아니라 화재를 조기에 진압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설비로써 사람으로 말하면 감각기관과 같은 것이다.
또한 소방서에서 행하는 화재 예방 업무에 있어서 방화관리자를 두어야 할 특정소방대상물을 한정하는 설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설비는 유지․관리 여부에 따라‘양치기 소년’이라는 이야기와 같은 우(愚 )를 범하게 하는 설비일 수도 있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큰 대형화재를 알리는 뉴스에서는 서두에 이렇게 말한다.“화재가 발생하였지만 경보설비가 작동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습니다”그리고 인터뷰하는 시민은“경보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몰라 대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 뉴스에 숨어 있는 비밀은 건물 관계자가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전원을 꺼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이는 화재에 대한 예방의식과 안전의식의 결여로 인한 관계자들의 안일함에서 빚어진 것이다.자동화재탐지설비는 크게 수신기(뇌), 감지기(감각기관), 발신기, 경종(목소리)등으로 구성된다. 사람이 없는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센서역할을 하는 감지기가 온도의 변화를 감지해, 수신기에서는 경종(벨소리)이 울리고, 연동되어 있는 소방시설이 작동한다.우리는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음을 인지하게 된다.물론 화재발생 사실을 목격하였을 때 가까운 곳의 발신기 스위치를 눌러도 경종이 작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자동화재탐지설비는 가끔 양치기 소년이 되기도 하는데 기계이다 보니 오동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건물의 관계자가 오동작이 발생하는 감지기를 찾아 교체하거나 눌린 발신기 스위치를 복구하여 주면 되는 것이다.
자던 아이가 깨서 운다. 놀랬다, 관리를 그렇게 하느냐 등등 주민의폭언은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스위치를 꺼놓게 한다. 화재출동을 해보면 경보설비가 작동되고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상황에서도 연기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물 내 사람들이 대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소방관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며, 경보가 발생했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일단은 지상의 안전한 장소로 대피해야 함에도 대피하지 않는 사람들의 내심을 헤아릴 수가 없다.
생명은 하나이고 화재가 발생한 경우 한모금의 연기 흡입이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가를 모르지 않을 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어도 대피하지 않는다.이것이 인재를 가중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재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기 시작하는 가을이 돌아왔다.
자동화재 탐지설비의 화재경보가 그대를 속일지라도 믿어야 한다. 바쁜 업무 중 시간을 빼앗기더라도 곤히 자고 있던 아이가 깨어 울더라도 우리에게 하나 뿐인 생명을 유지하는데는 적극적으로 소방시설을 신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