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침체 종료' 회의론 확산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의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데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모기지(주택담보대출)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융위기의 뇌관이 다시 활성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앞서 미국의 경기 판단 주체인 전미경제조사국(NBER)은 지난 20일 미국의 경기침체가 2007년 12월 이후 18개월만인 지난해 6월 끝났다고 선언했다.
◇침체 끝?…금융위기 충격 여전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 의장은 이날 미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금융위기 여파로 미 경제의 회복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며 "1조 달러가 넘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도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 세계적인 붕괴는 막을 수 있었지만 회복속도는 예상보다 매우 느리다"라고 덧붙였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미국의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데 공감하지 않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나는 경제 전문가나 학자가 아니지만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을 뿐 여전히 위태롭다"고 말했다.
'투자귀재' 버핏도 최근 CNBC와의 회견에서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실질 소득이 금융위기 전보다 못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미 경제는 여전히 침체돼 있고 한동안은 침체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모기지 부실 뇌관 재활성 조짐
금융위기의 진원지 모기지시장에도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가(41만7000 달러) 주택 모기지(점보론)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올해 말 종료되면 주택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전반적으로 침체된 미 주택시장에서 그나마 회복세를 보여온 고급주택시장마저 붕괴되면 가격 하락폭 만큼이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압류 주택도 급증하고 있다. 미 재무부 통화감독청(OCC)은 전날 발표한 모기지 관련 분기 보고서에서 지난 2분기 60일 이상 모기지 연체 건수가 근 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주택 압류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같은 기간 압류 건수는 전 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OCC는 특히 주택 압류 절차를 앞두고 있는 30~59일 모기지 연체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주택 압류 위기 직전 대출액을 조정받은 주택소유주들도 다시 연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미 정부의 모기지 대출조정 프로그램(HAMP)에 힙입어 주택압류 위기에서 벗어난 주택소유주들의 재연체율은 1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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