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영어마을 중단 위기

2010-09-16 19:08
김학규 시장, 사업 포기 피력..외대 "백지화 땐 법적 소송"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용인영어마을'은 이대로 물 건너가는 것일까? 오는 2012년 완공을 앞두고 있었던 '용인영어마을'이 김학규 신임 시장의 사업 재검토 발언으로 용인시와 한국외국어대학교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져 가고있다.

오는 2012년 완공을 앞두고 있던 '용인영어마을'이 김학규 신임 시장의 사업재검토 방침으로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용인영어마을 사업은 2006년 지방선거 때 서정석 전 시장이 내건 공약사업으로 당시 용인시가 지역 청소년들의 영어교육 선진화를 위해 외국어교육 전문기관인 한국외대에 요청해 시작됐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지난 2008년 8월 용인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모현면 왕산리 학교 내 6만456㎡ 부지를 제공하고 시는 건물을 짓기로 했다.

학생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과 생활시설, 상황별 실용영어를 익힐 수 있는 시설 등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양 측은 공동 출자로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기로 합의, 외대는 300억원 규모의 땅 제공, 국유지 구입에 50억을 투자해 지난해 12월 기공식도 가졌다. 총 사업비는 440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용인시장이 바뀌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김학규 시장은 "용인시는 그동안 대형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사업 재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윤재욱 용인시청 행정지원처장은 16일 본지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아직 확정된 것도 명확한 입장도 없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라고 말했다.

용인시에 따르면 2013년까지 용인시의 100억원 이상 투자 사업은 총 1조5939억원이다. 반면, 투자 가용재원은 9773억원으로 6166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용인시와 외대가 추진 중이었던 영어마을은 440억원으로 전체 투자액의 2.7%에 지나지 않아 투자상으로 봤을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의 입장이다.

윤 처장은 이어 "예산만 가지고 사업 순위를 정할 수는 없다”"며 "투자상의 문제와 그동안 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일관성의 문제, 장기적인 교육투자 등 3가지 중 그 우선순위를 잡기 위해 고심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대는 이 3가지 중 특히 '장기적인 교육투자' 부분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이다.

외대 관계자는 "용인 영어마을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수익적 목적이 아닌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영어교육을 위해 불필요하게 해외로 유출되는 외화낭비를 막기 위한 것" 이라며 "국내에도 외국 못지 않은 양질의 영어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신념과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용인시는 경기도가 설립한 경기영어마을 안산, 파주, 양평캠프, 안산캠프는 적자 운영 사례를 들며 고심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이 곳 들은 2008년부터 민간 사업자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대 관계자는  "그동안 영어마을이 실패한 것은 관(官) 주도로 사업과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서는 여타 영어마을들의 다소 부진한 실적사례를 들어 용인 영어마을 역시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이를 용인영어마을 백지화 논리의 하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용인시 영어마을 사업을 위해 지난 56년간 축적해왔던 노하우를 쏟아넣어 학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외대는 이미 한국외대 부속 용인외국어고등학교를 설립해 대원외고에 이어 전국 2위의 명문 외국어고등학교로 키워냈다.

그러나 용인시 영어마을에 대한 반대 기류는 지난 2006년 부터 제기돼 왔다.

용인시와 외대가 영어마을 사업을 추진하자 일부 시의원들은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시민단체들도 "다른 지역 영어마을도 조성 비용과 인건비로 인해 지자체의 재정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 의원들은 사업에 찬성표를 던졌고, 사업은 시작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 7월 김학규 시장이 취임하면서 "영어마을은 투자 실효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판단돼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외대와의 계약내용에 따른 법적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는 뜻을 밝혀 제동이 걸린 상태다.


외대 관계자는 "교육사업에 대한 투자가 단순 경제논리나 정치적 갈등상황에 희생되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시 측은 "아직 검토 중일 뿐이며 양자와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사업이기 때문에 만약 일방적 사업 백지화 통보라면 위배적이다"이라며 확정된 사안이 없음을 재강조 했다.

그러나 김학규 시장의 사업 포기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관계자는 "다행히 본 공사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고 많은 예산이 투입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히며 "협약만 맺은 상태여서 전면 재검토에 따른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15일 한국외대는 "만일 용인시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서 외대 당국과 맺은 공식적인 협정을 위반함으로써 외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끼칠 경우에는 손해배상청구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shu@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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