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長考 끝의 '김황식 카드'

2010-09-16 19:01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김황식 감사원장이 16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됐다.

지난 김태호 전 국무총리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뒤 장고 끝에 내린 청와대의 결정이다.

이에 따라 김황식 후보자에 대한 내정 배경에 대한 여론의 의견도 분분하다.

특히 이번 총리 인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밝혔던 인사의 두 원칙인 '젊은 피'와 '국민 소통' 중 후자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 이번 인선에 평가다.

앞서 48세의 김태호 전 후보자를 지명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김태호 전 후보자와 장관급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부정과 최근 불거진 유명환 외교부 장관 딸 특채 비리으로 이 대통령이 광복절에 천명했던 '공정한 사회'의 의지가 퇴색해지자 '청렴 공직 만들기'의 최일선에 섰던 김 후보자를 회생의 카드로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김황식 카드'는 총리인선의 고착 상태에 빠졌던 청와대의 마지막 한수로 보인다.

특히 이번 인선은 이 대통령의 국정 후반기를 맞아 호기있게 천명한 '공정한 사회' 만들기가 정작 자신이 선택하고 신임했던 김태호 후보자와 유명환 장관의 낙마로 흐지부지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 같은 선택에서 김 후보자는 국정 후반의 권력 누수를 막고, 경제와 사회를 이 대통령의 의지대로 이끌어 나가야할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이에 앞서 이미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버린 국회의 엄정한 인사 청문회를 대과없이 무난하게 넘겨야하는 임무도 띄게 됐다. 다행인 것은 김 후보자가 앞서 감사원장의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마쳤으며 엄정한 법조계 출신으로서 판결과 감사를 통해 사회정의를 꾸준히 실천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판사 재직시에 형사 피고인의 인권 보호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에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는 점은 향후 총리로서의 인권과 정의에 대한 행보를 눈여겨 보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공안사건에 대해서만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왔다는 지적은 현대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여야 할 국무총리의 시각이 편협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든다. 

이 같은 희망과 우려를 뒤로 한 채 청와대의 카드는 던져졌고, 여론의 시선은 이제 김 후보자의 행보에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공적인 인선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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