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행장, 파란 눈의 한국혼 ’헐버트’에 빠지다

2010-09-15 13:19
"헐버트 박사는 한국 문명화의 선구자이자 독립운동가이다"


   
 
김동진 프라임저축은행장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한국인이 파란 눈의 외국인 연구에 심취해 주목받고 있다.

개화기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졌던 한 외국인에 대해 일생을 바쳐 조명해온 국제 금융전문가가 있다. 바로 김동진 프라임저축은행장이다.

김 행장이 매료돼 있는 인물은 독립운동가이면서 한국 근대사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박사다.

대학시절 헐버트 박사가 저술한 ‘대한제국멸망사’를 읽고 그의 한국 사랑과 열정적인 삶에 반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김 행장은 말한다.

그에게는 학창시절 책을 통해 헐버트 박사를 처음 만난 뒤 마음 속에 체증처럼 자리한 멍울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문명화와 독립을 위해 큰 획을 그은 헐버트 박사의 행적이 이 땅에서 너무도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헐버트’라는 이름이 역사 속으로 곧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조바심도 김 행장의 연구를 급하게 몰아세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행장은 헐버트 박사가 육신은 이방인이었지만 정신은 한민족이나 다름없었다고 단언한다. 평생을 한민족과 호흡하였고 심지어 자신의 모국인 미국을 비난하면서까지 불의에 고통받는 한민족을 위해 몸을 던졌다는 것이다.

헐버트 박사는 지식과 인격을 겸비한 지성의 모범이었으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신념과 용기를 가진 행동가였다는 게 김 행장의 평가다.

몸을 바쳐 한국을 사랑했던 헐버트 박사의 정신을 세상에 알리고 후대에 전하는 것이 김 행장에게는 하나의 사명으로 다가왔다.

그의 헐버트 박사 연구는 1989년 미국 케미칼은행 뉴욕 본사에 근무하던 중 헐버트 박사의 맏손자를 극적으로 만나면서 활력을 더하게 됐다.

그러나 막상 연구를 시작하고 나니 역사적 자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헐버트 박사의 활동시점이 100년이나 지난데다 외국인이어서 국내에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다.

김 행장은 사료를 모으기 위해 헐버트 박사의 모교인 다트머스대학과 컬럼비아대학 등을 찾아 며칠씩 도서관에서 시름하기도 했다. 또 뉴욕타임스 등 미국 신문과 잡지의 100년 전 기사들과 숨바꼭질을 수없이 해왔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실마리를 찾았을 때는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고 김 행장은 회상한다.

김 행장은 헐버트 박사의 삶이야말로 청소년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이라는 확신 속에 11년 전인 1999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를 발족해 그의 업적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행장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금융전문가로 더 알려져 있다.

김 행장은 미국 유수의 은행인 케미칼은행 근무에 이어 합병은행인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한국대표를 역임하는 등 23년간 국제금융계에서 활동한 국제금융 베테랑이다.

김 행장은 우리나라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채권단 대표로 참석해 한국의 외채상환 협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큰 도움을 보탰다.

2003년에는 외국인 투자유치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김 행장은 전북 진안 출신으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uses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