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만 쳐단 본 ‘전경련’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키 플레이어가 없다. 의제를 설정하고 재계 총수들과 정부 정책자들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이 없어졌다”
정부가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화두로 들고 나온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대응과 관련해 재계 안팎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전경련은 주요기업과 정부 부처들의 참여를 아우르는 ‘300만 고용창출 위원회’를 가동했다.
이는 정부 정책을 측면에서 도와주면서도 재계의 입장도 반영된 의제를 이끌었던 것이다. 이에 비하면 최근 전경련은 정부는 물론 주요 회원사에게도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정책을 집권 후반기 의제로 설정하면서 대기업들에게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주문한 직후 전경련은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회원사 입장만 난처하게 만들었던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13일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 12인과의 조찬에서 전경련은 30대 그룹이 중소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위해 올해 3조783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브리핑을 하는데 그쳤다.
새로운 의제 설정은 말할 것도 없고,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아서 제시하지도 못한 셈이다.
오히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모두 발언에서 “2, 3차 협력업체를 포함해서 좀 더 무겁게 생각하고 세밀하게 챙겨 동반성장을 해나가겠다”고 한 말이, 이날 참석한 총수들의 의견을 대신한 것이 됐다.
이 회장의 모두 발언은 청와대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전경련 회장자리가 비어있기 때문에 전경련 회장이 진행했어야 할 모두 발언을 이 회장에게 돌린 것이다.
두 달 넘도록 회장 자리가 사실상 공석이어서 주도적인 행보에 나설 수 없는 한계를 다시 한 번 체감한 셈이다.
이와 관련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직이 비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석례 회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사퇴처리가 된 것은 아니어서 형식적으로는 회장자리가 공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어 전경련측은 “오늘 처음으로 (전경련이) 올해 30대 그룹의 협력실적을 밝혔다”면서 조찬간담회에서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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