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상조회사 자금 잡아라"
2011-01-05 17:25
(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은행들이 상조회사를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분주하다. 현재 상조회사의 자금은 불입금만 약 1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은행들은 이 자금을 예치하고자 상품 및 전산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이달 시행됨에 따라 상조회사는 은행을 비롯한 예치기관에 선수금을 보전해야 한다. 보전해야 할 금액은 회원으로부터 받은 총 선수금의 50%로 기존 업체는 우선 17일까지 선수금의 10%를 예치한 뒤 매년 10%포인트씩 올려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상조회사 자금을 잡기 위한 준비로 여념이 없다. 현재 선수금 예치기관으로 선정된 은행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총 4곳이다.
예치기관 중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상품 및 전산시스템을 개발을 완료함에 따라 고객선점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정부시책에 동참한다는 내부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며 "새로운 상품과 전산시스템으로 상조회사에 어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일 '우리상조세이프예금' 출시와 함께 상조회원별 입출금 경영관리시스템(WIN-CMS)을 구축했다.
신한은행을 비롯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도 2~3일 내로 내부 조율을 거쳐 관련 상품을 확정 할 계획이다. 이들 은행은 신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수시입출금예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태철 부산은행 수신기획부 차장은 "별도로 상품 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 수시입출금예금 등의 상품과 연계해 자금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의 경우 우량 상조회사가 지역에 포진해 있는 까닭에 지역과 연계된 상품을 염두해 두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상조업 자금 유치의 관건은 결국 금리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현재 상조회사에 지급해야 할 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기본적으로 연2.0%의 금리를 제공하며 거래실적에 따라 최대 0.60%의 우대금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나머지 세 은행은 아직 내부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상조업체에겐 은행 금리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상조회사의 거래 실적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 입장에서는 최근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들이 상조업 진출을 선언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전국적으로 탄탄한 조직력과 막대한 자본력을 확보한 곳이어서 선수금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미 상조업체들 사이 예치제도와 공제조합 등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선수금 시장이 반으로 쪼개진 상태"라며 "여기에 전국에 영업망을 갖춘 상호금융사들이 뛰어든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ommoyd@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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