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지난달 초 양천구 신정동 옥탑방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행복한 가정을 증오한 30대 남자가 교도소 출소 3개월 만에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2일 "탐문수사 중 어제 오후 신월동 길거리에서 범행당시 입었던 검정색 상의와 운동화를 입고 있던 피의자 윤모씨(33)를 검거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며 "윤씨의 거주지를 수색해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의류를 압수수색하는 등 범행증거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인 윤씨는 사건 당일인 8월 7일 일거리가 없자 오전 6시께부터 12시간여 동안 양천구 일대를 배회하면서 막걸리 1병을 마신 뒤 다가구주택 옥탑방에 올라가 범행을 저질렀다.

윤씨는 옥탑방에 침입해 거실에서 자녀와 함께 TV를 보던 장모(42·여)씨의 머리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부상을 입혔으며, 비명 소리를 듣고 나온 남편 임모(42)씨의 양쪽 옆구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

윤씨는 조사에서 "인근 놀이터에서 술을 마시던 중 맞은편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며 "나는 세상을 어렵게 살고 방황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산다는 생각에 분노를 느꼈다" 라며 범행의 이유를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범인이 현장에 떨어뜨린 청색 모자와 범행에 사용한 둔기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감정을 의뢰하고 방범용 CCTV를 분석해 용의자 모습을 확보하고도 수사에 진전이 없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윤씨는 강도강간 등으로 14년간 복역을 마친 뒤 지난 5월7일 출소했으며 이후 공사현장 등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윤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임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후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