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빅3' 운명,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결국 공은 다시 이사회로 넘어왔다.
9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의 모임인 간친회(옛 공헌이사회)는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간친회가 끝난 후 라응찬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과 신상훈 사장 측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은행이 신상훈 사장을 고소하면서 촉발된 내분 사태에 대한 향후 처분을 이사회에 일임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라 회장과 이 행장의 고소 배경 설명에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어 이사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나고야 결투 "한 치 양보도 없었다"
이날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은 일본 나고야 메리어트호텔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을 상대로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출국 전부터 설명회가 끝날 때까지 양측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신 사장은 "5개월부터 준비했던 것을 당일 아침에 얘기할 정도로 급하게 일을 진행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개인이 조직을 상대해야 하는 일방적인 상황이지만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 "은행 자체 조사에서 드러난 각종 탈법, 범법 혐의가 절대 가볍지 않다"며 "여러 차례 말했지만 고소를 취하할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히라카와 요지 사외이사를 제외한 3명의 재일동포 사외이사를 비롯해 5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한 설명회 중에도 양측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원우종 신한은행 상임감사와 정철섭 신한은행 고문 변호사는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사용해 신 사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반면 신 사장은 혈혈단신으로 나서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결백을 주장했다.
설명회 도중에는 재일교포 주주들이 정 변호사의 퇴장을 요구하는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은 라 회장 측의 행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신 사장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 사장과 정서적 유대감이 강한 오사카 지역 주주들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공멸이냐 상생이냐"… 주주들도 의견 엇갈려
설명회 직후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 사장의 거취와 고소 취하 여부 등을 다음주 열릴 이사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이사회가 신 사장을 고소한 신한은행의 행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라 회장과 이 행장의 지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라 회장은 당초 신 사장 해임을 결의하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결국 본인과 이 행장의 운명까지 이사회로 넘기게 됐다. 자충수를 둔 셈이다.
이제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특히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의 선택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라 회장 측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재일교포 주주들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주주들은 이사회 개최 전까지 중론을 모아 사외이사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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