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신한지주 '권력다툼' 진흙탕 속으로… 경영진 리더십 '흔들'

2010-09-02 15:15
"리스크 관리 역량에 허점있다" 자인한 꼴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저지른 거액의 대출 비리가 원인이지만, 사실상 조직 내 권력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신 사장을 후계 구도에서 내몰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신 사장이 해임될 것이 확실시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유력한 '포스트 라응찬'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 실명제법 위반 논란에 대출비리로 맞불?

라응찬 회장은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로 곤욕을 치렀다. 라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거액의 비자금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금융감독원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놓고 재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그 동안 금융권에는 라 회장의 비자금 전달 및 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정치권에 제기한 내부 고발자가 신 사장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실 관계를 떠나 라 회장이 신 사장을 내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신한은행 측은 "최근 신 사장이 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950억원 가량을 친인척에게 대출하면서 배임을 저질렀다는 민원이 접수돼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수개월 전부터 신 사장의 대출 비리와 관련된 조사 작업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표적 수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고소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 사장은 금융인으로서의 생명이 사실상 끝나게 된다.

◆ 이백순, 새 황태자로 등극

신 사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수혜를 입게 된 것은 이백순 행장이다. 당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이미 라 회장이 신 사장 대신 이 행장을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설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 개최된 이사회에서는 계열사 임원 인사를 놓고 신 사장과 이 행장이 이견을 보이자, 라 회장이 이 행장의 의견을 수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는 조만간 라 회장과 이 행장,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열고 신 사장에 대한 해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중이 변수지만, 라 회장에 대한 신뢰가 워낙 강해 잡음없이 신 사장 해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태로 라 회장은 물론 신한지주와 신한은행도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전직 행장이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대출해줬다고 고소한 것은 은행의 리스크 관리 역량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음을 자인한 꼴이다.

또 신한지주의 강점으로 꼽혔던 경영진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풍에 시달리지 않는 유일한 금융지주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국 내홍으로 그 동안의 명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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