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아프리카 가나, 이제는 가야한다(권혁찬 해외건설협회 가나지부장)
가나는 서부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정치 시스템과 치안이 가장 안정돼 있고 올 하반기 본격적인 석유생산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산유국 대열에 서게 된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유전이 추가 발견돼 석유 관련 인프라 시설의 개발 수요가 확대되고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됨에 따라 가나는 벌써 아프리카의 유망 건설시장으로 외국자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나 사람들은 동양인을 처음 만나면 당연히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 서투른 중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그 만큼 가나의 각 산업부문에 중국인이 많이 진출해 있고 그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가나의 일반 토목ㆍ건축 등 기초 인프라 건설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진출이 활발하고 경쟁력 또한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다. 일례로 최근 가나 도시도로청(Department of Urban Road)에서 발주한 수도 아크라 인근 도로공사에 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19개의 건설업체 중에서 10개가 중국 건설업체일 정도다. 일반 도로공사는 중국업체 간의 경쟁에서 낙찰자가 결정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중국 차관과 개발원조의 불투명성, 중국의 현지산업 장악에 따른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 자국인의 일자리 잠식, 부당처우 및 부당해고 등이 문제가 발생하면서 반 중국 정서도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나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가나는 2009년 1인당 GDP가 750달러에 불과한 후진국이다. 때문에 가나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수지 적자와 글로벌 경제불황에 따른 외국 원조의 축소로 인프라 건설보다는 물, 전기, 의료, 교육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부문에 우선순위를 둔 재정정책을 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가나의 외국직접투자(FDI)도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석유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가나 정부는 더욱 많은 자금을 각종 인프라 시설 건설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 6월 인플레이션율이 9.52%로 3년만에 한자리 숫자를 기록하면서 가나정부는 향후 거시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재정운용 정책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가나의 상황을 볼 때 지금이야 말로 한국 건설업체들이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가나 건설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난 7월 초 국토해양부 시장개척단과 함께 가나정부의 운송부, 수자원주택부, 도로부, 에너지부 등 건설관련 고위관계자를 면담한 결과, 한국 건설업체의 시공능력과 품질의 우수성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고 가나의 각종 인프라 개발에 한국 건설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 건설업체의 탁월한 시공기술과 품질관리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전략으로 접근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가나 건설시장은 우리 업체가 추진 중인 대규모 주택사업 외에도 석유생산에 따른 정유 및 가스 플랜트 사업, 발전 및 송변전시설 현대화 사업 등 에너지 및 플랜트 부문은 물론, 항만, 공항, 도로, 철도, 상수원개발 등의 사업부문에도 많은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물론 향후 전망이 장밋빛 일색인 것 만은 아니다.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파이낸싱의 불확실성 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건설협회 가나지부는 현지의 시장동향 및 공사 정보를 면밀히 조사 분석하고 건설정보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우리 업체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가격 및 기술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수주 전략을 수립해 가나 건설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인프라개발에 있어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천연자원과 연계한 패키지딜형 사업에 우리업체들이 보다 활발히 참여하고, 국가차원의 글로벌 금융펀드가 적극 활용된다면 아프리카 시장 진출은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