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추가부양책 두고 '갑론을박'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 멤버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추가 부양 대책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CNN머니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을 인용, 연준 위원들이 만기가 돌아와 현금화하는 모기지채권을 미 국채 매입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에 따르면 연준이 보유한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모기지채권 중 향후 1년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2750억 달러 어치다. 앞으로 1년간 매달 230억 달러를 다시 국채를 매입하는 데 쓸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연준은 대차대조표상 2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유지한 채 시중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추가 국채 매입을 통한 연준의 개입이 자칫 시장에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들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도 이달 초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 부양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느리고 기복이 심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며 "추가 부양책은 향후 경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경기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위원들은 미 경제의 향후 전망이 더 악화되면 추가 부양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격론 끝에 연준 위원들은 결국 경제 여건이 더 악화하면 현금화한 모기지채권으로 국채보다는 모기지채권을 추가로 매입하자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연준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연준이 빠른 시일 안에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시각은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이날 뉴욕증시는 등락 끝에 혼조세로 마감했다.
폴 애쉬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위원들은 경기 둔화세의 정도를 엿보며 내년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침체 정도가 현재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으면 모기지채권이나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준 위원을 지낸 라일 그램리 포토맥리서치그룹 선임 경제 고문은 연준 내 논쟁은 걱정할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연준 위원간의 대립은 늘 이었던 일"이라며 "경기가 더 나빠지면서 불협화음이 더 커진 것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램리는 다만 이번 의사록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추가 부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나마 연준은 의회보다 추가부양에 나설 준비가 잘 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가 더 악화되면 연준은 뭔가 도움이 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연준 내에 의견 충돌은 있지만 필요한 게 있다면 해야 한다는 게 논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 한 목소리를 내기에도 535명이 있는 의회보다는 12명에 불과한 연준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격론 끝에 진행한 최종 표결에서는 토마스 호니그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연준이 시중에 푼 자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해왔다.
연준 위원들은 다만 미국 경제가 불황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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