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기획] SK, 中企 자생력 확보에 초점
상생협력의 범위를 1차 협력사에서 2·3차 협력사까지 넓히되, '돈 풀기' 식의 단기적 처방에서 벗어나 협력사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회사 생존의 핵심요소 중 하나가 바로 중소협력사의 발전"이라며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상생경영위원회 구축
이 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공정한 계약 체결 △공정한 협력업체 선정 △불공정한 거래 사전예방 등 3대 가이드라인을 채택해 전방위적인 상생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위기극복형 상생협력'을 강화키로 하고 △신뢰 기반의 상생 인프라 구축 △시너지 창출을 통한 경쟁력 제고 △SK식 상생문화 구축 등 3대 추진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25일 서울시 남대문로 SK남산빌딩에서 열린 '2010년 하반기 SK 상생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SK그룹 중소 협력업체 CEO들이 이호욱 연세대 경영대학교 교수(사진 왼쪽)의 강의를 듣고 있다. | ||
SK는 협력사 임직원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2006년 10월 최 회장의 지시로 그룹 단위의 협력사 전문 교육프로그램인 '상생 아카데미'를 개원한 이후 매년 5000여개 업체 4만2000명의 협력사 직원이 교육을 받고 있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상생 아카데미는 사람과 교육을 중시하는 SK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는 대표적인 상생협력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체계는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상생 CEO세미나' △협력사 핵심 부·차장들이 미니 MBA 형식으로 교육받는 '상생 MDP' △SK가 구축한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통해 협력사 전 임직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상생 e-러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영전략, 마케팅, 회계·재무, 윤리경영, 외국어 등 그동안 운영된 교육 과목만도 300여개에 달한다.
장종태 SK아카데미 리더십센터장은 "물고기를 직접 잡아주기 보다는 잡는 방법을 전수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믿음에서 공들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SK는 상생 아카데미 교육대상도 1차 협력사에서 2, 3차 우수 협력사로까지 확대 운영 중이다. CEO세미나의 경우 종전 300명에서 400명으로, MDP는 100명에서 150명으로 각각 늘렸다. e-러닝 참가자 수는 2만명에서 2만3000명으로 확대했다.
올해 현재까지 상생 아카데미 교육과정에 참여한 협력사 임직원 수는 10만명(누적기준)을 넘어섰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상생교육 이수자 수가 SK그룹 전 임직원 수와 거의 동일한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협력사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양적∙질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협력사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지난해 SK가 그동안 상생 MDP를 수료한 25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31명)의 87%인 114명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경영전략 수립과 최신 경영정보 활용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한편 SK는 올해 하반기에도 어김없이 상생 CEO세미나를 진행한다. 지난 25일 첫 개강한 세미나에는 SK에너지, SK텔레콤 등 각 계열사의 협력업체 CEO 70여명이 수강 등록을 마쳤다.
첫 강의 주제는 '파괴적 혁신을 통한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이호욱 교수가 강사로 참여했다.
◆2·3차 협력사 파급 지원에 주력
SK는 상생 경영의 효과가 2·3차 협력사로까지 파급될 수 있도록 1차 협력사에 대해 2차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의무를 명문화했다. 상생교육 지원 물론 신규 협력사 선정 시 2차 협력사와 상생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를 우대하고 있다.
SK 각 계열사들은 업종과 협력사의 현실을 감안한 구체적인 지원프로그램을 제도화했다.
SK에너지를 포함한 10여개 계열사가 100% 현금성 결제 조건을 준수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케미칼, SK건설은 우수 협력사에 대해 이행보증보험증권 제출 면제, 경쟁입찰 참가 우선권 부여 등의 구매우대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또한 공동 기술개발을 위해 협력사가 상시적으로 기술 아이디어를 제안·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놓고 있다.
그룹 차원의 상생문화 확산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그동안 계열사별로 시행해 온 '우수 협력사 포상 행사'도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행사로 격상시켜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15개 주력 관계사 비즈니스 파트너 200명을 충북 충주시 인등산 SK행복마을로 초청해 'SK 한마음 한뜻 인등산 행사'를 가진 바 있다.
SK는 상생문화 구축을 위해 향후 신규 사업 추진시 기존 중소기업들과의 관계를 점검하고 상생해 나갈 수 있는 프로세스(Process)를 수립해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실장은 "SK그룹이 추진하는 신뢰·시너지·문화를 축으로 한 상생경영이 건강한 대·중소기업 생태계 형성에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고 말했다.
◆중기 자금난 지원하는 '상생펀드' 운영
SK는 중소 협력사의 자금난 해갈을 위해 상생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상생펀드는 지난해 6월 SK와 IBK기업은행이 각각 600억원씩 출연해 만들어졌다.
중소 협력사는 이 펀드를 통해 최대 5억원의 자금을 기존 금리보다 연 2.34%포인트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예컨대 연리 6%로 5억원을 대출받는 업체의 경우 2.34%포인트 낮은 3.66%의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게 된 것. 이자 비용만 연간 1170만원 줄어들게 된 셈이다.
SK는 기술력이 우수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협력사 중 자금 수요가 필요한 기업을 추천하게 된다.
추천받은 협력사는 보증기금에 보증서 발급을 신청한 뒤 은행에 제출하면 대출받을 수 있다. 은행으로부터 직접 대출심사를 받은 후 지원받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 1200억원의 상생펀드 출연금 가운데 528억원이 99개 중소 협력사에 지원됐다.
김창근 SK 상생경영위원회 부회장은 "경제 위기 속에서 중소 협력사에게 가장 절실한 어려움은 자금 유동성일 것"이라며 "상생펀드가 대-중소기업간 '행복 동반자' 관계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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