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증자 주간했다 수수료 떼인 첫 증권사?
(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키움증권이 자본잠식을 되풀이하다 결국 부도를 내고 상장폐지돼 투자자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기업의 유상증자 공모 주간사 업무를 5년 동안 맡아 오다 모집주선수수료마저 떼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증자 주간업무를 맡은 증권사가 주선수수료를 받지 못한 것은 키움증권 사례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금융감독원ㆍ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종합유통업체 에스피코프를 상대로 작년 4월 13일 실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모집주선수수료 3000만원에 대한 지급이행청구소송을 6월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해 1심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피코프 증자는 작년 4월 키움증권이 주간업무를 맡아 145억원 규모로 공모에 들어갔지만 30% 이상 미달돼 98억원만 납입됐다.
주간사 계약상 납입 즉시 모집주선수수료 지불도 이뤄져야 하지만 키움증권은 이를 1년 넘도록 못 받았다면서 에스피코프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에스피코프는 2001년 11월 자본금 33억원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후 이 회사 자본금은 12차례에 걸친 전환사채(CB) 발행과 10차례 유상증자, 2차례 무상감자를 거쳐 키움증권을 주간사로 증자를 마친 직후인 작년 6월 말 기준 223억원으로 늘었다.
2004 회계연도 말 전액자본잠식됐던 에스피코프는 2005~2007 회계연도 말에도 3년 연속 부분자본잠식(50% 미만) 상태를 지속했다.
이 회사는 2008 회계연도 말 자본잠식을 해소했다가 올해 3월 2009 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4월 부도를 내면서 상장 10년 만에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에스피코프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나 공모증자 철회를 이유로 번번이 관리종목 또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2001년 11월 상장시 김대욱씨에서 2005년 3월 제로마켓, 8월 윤형택씨, 9월 제로마켓, 2006년 2월 무한투자, 12월 키움증권(당시 키움닷컴증권), 2007년 2월 시스앤코, 8월 씨엠케이아이앤비, 11월 에너테크, 2008년 1월 홍기필씨로 이어지면서 모두 9차례 교체됐다.
키움증권은 2006년 말 에스피코프 증자 주간을 맡았다가 실권주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25.38%)로 올라섰다.
이 지분은 2007년 들어 수차례 장외매도를 통해 팔려나갔고 최대주주도 갈렸다. 그해 키움증권은 에스피코프 주식을 분할매도하면서도 다시 증자 주간을 맡아 투자자를 상대로 공모에 나섰다.
증권가는 모집주선수수료 3000만원을 낼 능력조차 없는 회사 편에 서서 일반인을 투자자로 모집했다는 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에스피코프와 5년째 손발을 맞추면서 자금조달에 관여해 온 만큼 내부사정을 잘 알았을 텐데 의외"라며 "주요 증권사는 평균 4000만원을 모집주선수수료로 받는 대신 투자자에 손실을 줄 우려가 없는지 충분히 검증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발행시장에서도 수수료를 업계 평균보다 20% 이상 낮추고 경쟁사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꺼리는 관리종목 자금조달까지 대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20대 증권사로부터 확인한 결과 모집주선수수료를 못 받았거나 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키움증권을 제외하면 없었다.
우리투자증권만 2007년 청약 미달에 따른 수수료 재산정 문제로 마찰을 빚다 비용을 늦게 받은 적이 있을 뿐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에스피코프는 작년 공모로 100억원에 가까운 돈이 납입됐는데도 수수료를 안 줄 만큼 악성기업"이라며 "승소해도 채권자가 많아 돈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회사 주주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제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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