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신용 정보 줄줄 샌다"
# 김영규(34, 가명)씨는 한 카드사 모집인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얼마 후 모집인은 김영규씨에게 ‘현재 9만원을 카드로 결제하셨는데 1만원만 더 사용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김영규씨는 자신의 카드 결제 금액을 모집인이 알고 있다는 데 불쾌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언제 어디서 카드를 사용했는지도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
카드사들의 회원 신용정보 관리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의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모집인들과 취급액 경쟁에 나선 카드사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암묵적인 신용정보 유출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모집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모집인들이 자신이 유치한 회원의 신용정보를 별도로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전산 시스템에서는 모집인이 유치한 회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전화번호, 결제금액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카드사의 직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 성격의 모집인이 회사가 보유한 고객 정보를 열람하고 있는 것이다.
모집인은 통상 카드 발급에 따른 수당과 유치 회원의 카드 사용 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게 된다. 카드사들은 전반적으로 발급 수당을 줄이는 대신 실적 연동 수당을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모집인들도 회원 유치 이후에 고객에게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카드 사용을 독려하게 된다.
모집인이 회원 유치 후에도 고객과 접촉해 카드 사용을 독려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상식적으로 모집인의 영업 활동은 회원 유치까지이며 이후의 마케팅은 회사가 직접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고객 신용정보를 외부인에게 공개할 뿐만 아니라 모집인들에게 세부적인 정보까지도 유출시키고 있다.
한 카드사 모집인은 "전산 시스템 상에는 10만~20만원, 20~50만원식으로 해당 고객의 실적을 구간별로만 보여준다"면서 "영업점에 부탁해 해당 고객의 결제금액을 조회해보고 카드 신청서상 일부 기재사항 누락 등의 사유를 달아 고객과 직접 접촉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집인은 "물론 회사에서 보유한 개인 신용정보를 모집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실적 압박에 시달리면 이를 관행이라고 묵인해준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영업점이 고객의 신용 정보를 모집인에게 유출한 것은 명백히 잘못이지만 모집인에게 전산 시스템으로 제한적인 고객의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발급만을 기준으로 수당을 주게 되면 무실적 회원을 양산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모집인의 수당 정산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모집인도 고객의 결제 내역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처럼 카드사가 모집인에게 고객의 실적을 제공하고 이를 근거로 모집인이 회원 유치 이후에도 고객과 접촉하는 행위가 카드사의 마케팅 활동에 속한다고 보고 적정성을 검토하겠다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신규 유치 회원의 실적을 확대하고자 하는 마케팅 활동으로 보여지는데 모집인을 통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며 "카드사가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모집인에게 제공할 수 있느냐의 여부와 모집인이 발급 이후에도 고객을 상대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 법적 타당성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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