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만기예금 45조..금융권 유치전 '격돌'
2010-08-17 08:14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정기예금이 45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이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수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증권사들까지 가세하면 금융권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올 하반기와 내년 1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정기예금은 약 45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 상반기에 증가한 정기예금 잔액 약 76조원 가운데 만기가 6개월 미만인 예금은 19조7천억원으로, 이들 예금의 만기도 하반기에 돌아온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 대응하고 예대율 100% 규제를 맞추려고 예금금리를 높이는 등 수신 경쟁을 벌였다.
은행들은 만기 예금의 재유치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부동산시장 침체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가만히 있어도 은행으로 자금이 몰렸지만 하반기에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만기 예금을 갖고 회사채 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연구소 김완중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는 약 12조1천억원으로,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현금성 자산 증가세를 감안할 때 이들 회사채의 상당분을 여유자금인 은행 예금으로 상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은행 예금으로 유입됐던 일부 펀드 환매 자금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찾아 증권사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금 유치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만 시장금리가 낮은 상황이어서 예금 금리를 무턱대고 높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1년짜리 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금리는 16일 현재 3.43%이다. 따라서 지난해 말처럼 4%대 후반과 5%대 금리를 제시하면 역마진이 난다는 것이다.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주춤하면서 예금을 받아도 자금 운용처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하지만 한 은행이라도 높은 금리를 제시해 다른 은행의 고객을 빼앗아 갈 경우 예금 금리 경쟁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권사들이 은행 만기 예금의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은행권과 격돌도 전망된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기업은행의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만기 도래하는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특판예금을 팔거나 고객별 기여도 등을 감안해 금리를 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현재 1년 만기에 최고 연 4.4%의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예금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은행이라도 금리를 높이는 등 먼저 치고 나간다면 다른 은행들도 뒤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증권사들의 영업도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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