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트렌드브리핑]불안한 세대교체
창창한 나이 40대, 세상 만사 이치를 꿰뚫어 알만하다,는 착각에 빠지기 딱 쉬운 이 나이 때에 높은 권력을 취해 세상을 경영하고픈 욕구를 품는 건 어쩌면 당연할 지 모른다.
심부름에 이골나고 굴신의 처세에 능한 50-60대에 비해 어리버리해도 시험 한번 잘봐, 대학물을 마시며 정치 민주화와 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의 수혜를 듬뿍 받고 자란 40대가 확실히 잘나고 합리적이지, 이런 음흉한 생각을 하는 것도 또한 정상일 지 모른다.
머리도 잘 돌고 눈치도 빠릿빠릿, 들고 날 때도 알고 비판의식도 적당히 치열하며 꼬박꼬박 신문 정도는 읽어 온 세월의 공력도 만만치 않은데다, 이런 저런 자리에 고위직 친구, 선배들도 섭섭지 않게 많으니 얼마든지 경세의 꿈을 꿀만도 하다.
그동안 윗 세대들의 짓눌림, 비협조, 배후조종 욕구, 돈 줄 죄기, 인맥 독점 등의 행태에 시달려 온 40대들은 아마 감개무량의 눈물을 흘릴지 모를 일이다. 게중에는 이를 악무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 50-60대, 일부 70대들 중에는 ‘너무 빨리 치고 올라오는 거 아니냐?’ ‘네까짓 것들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면 얼마나 아느냐?’짜증 내는 이들이 있을 것도 틀림없다. ‘어렵사리 여기까지 올라와 이제 막 일을 즐기기 시작했는데, 아무 하는 일 없이 말만 많았던 젊은 것들이 성공의 과실만 가로 채 먹겠다고?’ 대의명분, 인간도리 들먹이며 ‘말도 안된다’ 고래 고래 욕을 해대는 원로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어찌 해야 하나? 여기 저기 갈팡질팡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옛날 한가락 했던 지도급 원로들은 아예 입에 자물쇠를 채웠고, 세상사 맥락을 중시하는 권문세족들은 이구동성 ‘쯔쯔쯔...’ 혀를 찬다.
심부름센터 직원처럼 어딘가에서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중간한 지위의 거의 모든 중견 엘리트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를 앙다물고 점심밥이나 잔뜩 우겨 넣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숫자도 많고 스마트한 고학력 세대이자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A부터 Z까지 잘 아는 40대가 복잡하기 그지없는 정국의 오프닝 무대에 이런 식으로 깜짝 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날 우격다짐 등장한 일부 40대들 호가호위, 득세했던 기억이 새로운데, 그들의 과거 분탕질을 감당하느라 서민부자 할 것 없이 지금도 고달픈데, 또 전면에 등장한 40대라니...이제는 국장, 차관 정도가 아니라 청와대 수석에 장관, 총리 수준이다. 명실상부 세대교체다. 40대가 하던 총리, 50-60대가 잇는 건 굴욕의 컨센서스이므로 세대교체의 대못이 박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대교체를 밀어부치는 느낌도 없지 않다. 다수 국민들이 세대교체를 갈망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다. 기후변화, 북한도발, 개헌이슈, 세종시, 4대강, 한미FTA, 경제시스템 붕괴, 국론분열, 교육파탄, 금융불안, 재계갈등 등 어마어마한 이슈의 도가니탕에 40대 총리체제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불안한 데, 왜 지금 역사적인 세대교체를 감행할 수 밖에 없었을까? 잘 되길 바라지만 불안 불안 해서 에어컨 눈금을 잔뜩 올려놓고도 잠이 잘 오지 않는 여름 밤이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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