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무슬림' 시선을 잡아 끌어라"
유니레버가 최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출시한 '선실크라이블리클린앤드프레시' 샴푸 TV 광고 화면 |
그러나 라마단은 이슬람권의 최대 소비시즌이기도 하다. 역설적이게도 식료품 판매가 급증한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무슬림 마케팅'에 주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5억7000만명에 달하는 무슬림의 소비력이 눈에 띄게 커지면서 무슬림시장이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폴 템포럴 영국 옥스포드대 사이드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한동안 중국과 인도에 주목했던 기업들이 무슬림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무슬림시장에는 그동안 외부로부터 수요를 자극받아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소비자 집단이 존재하는 만큼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다국적 광고기업 오길비앤드매더스의 존 굿맨 남아시아 및 동남아지역 이사 역시 "(무슬림시장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20년 전 중국시장의 가능성을 무시했던 것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잡음 없이 무슬림시장에 진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슬람권과 서구 기업과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만큼 오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모욕감을 주지 않는 것'이 무슬림 마케팅의 제1원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메이커 나이키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나이키는 1996년 무슬림들의 유일신인 '알라'를 뜻하는 아랍 문자와 비슷한 로고를 새긴 운동화를 출시했다 곤욕을 치렀다.
이슬람권에서는 발을 불결하다고 생각하는데 신발 밑창에 알라를 상징하는 로고를 넣은 것이다. 나이키는 결국 전 세계에서 80만켤레를 리콜해야 했다.
굿맨은 나이키의 사례는 글로벌 기업들이 무슬림시장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시장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쓰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맞는 '무슬림 마케팅'에 주력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NYT는 동남아시아에서 아프리카지역을 아우르는 무슬림시장은 언어와 문화, 취향도 제각각인 만큼 현지 맞춤 전략이 아니고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가 최근 TV 광고와 함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출시한 '선실크라이블리클린앤드프레시' 샴푸는 무슬림 여성을 겨냥한 특화 상품이다. 히잡과 같은 머리덮개를 쓰는 무슬림 여성들이 지성두피로 고민한다는 데 착안한 제품이다.
이 제품의 광고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은 혼성 축구경기 도중 공을 차기에 앞서 "더 이상 머리가 가렵지 않아 뭐든지 할 수 있다"며 무슬림 여성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콜게이트파몰리브와 같은 경쟁 기업들도 무슬림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서구 기업들 가운데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른 '할랄' 인증을 받았다.
치약과 같은 제품에는 이슬람법이 금지하는 알콜이나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는 데 주요 성분을 적법화해 할랄 브랜드로 거듭난 것이다.
한편 오길비매더가 무슬림시장을 겨냥해 설립한 오길비누어는 이슬람권의 브랜드 인기순위(누어인덱스)를 집계하고 있는데 최근 1위는 유니레버의 홍차 브랜드 '립톤'이 차지했다. 반면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리트항공은 전체 35개 브랜드 중 27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굿맨은 에미리트항공의 세계화 전략이 무슬림시장에서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raskol@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