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환하는 '조선왕실의궤', 도대체 뭐길래?

2010-08-10 15:36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 가운데 보인소의궤(寶印所儀軌)에 실린 대조선국주상지보(大朝鮮國主上之寶)의 그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10일 오전 담화를 통해 한국에 '인도' 의사를 밝혔다.(조선왕실의궤환수위 제공)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일본이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돌려주기로 한 조선왕실의궤는 한마디로 조선시대 왕실 행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설명서다.

혼사, 장례, 잔치 등 왕실의 주요 의식과 행사의 준비과정이 상세하게 적혀있고 그에 해당하는 그림도 있다.

조선왕실의궤는 행사를 주관하는 도감(都監)이 작성한다. 

일반적으로 '의궤'는 행사를 주관하는 임시 관서 명칭 뒤에 붙는다. 예를 들어 '국장도감의궤(國葬都監儀軌)'는 왕이 죽었을때 이를 관장하는 도감이 장례과정을 자세하게 기술한 책을 말한다.

조선 왕실은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등 서적을 규장각 외에 오대산, 태백산, 정족산 사고(史庫), 전주 사고 등 지방에 분산·보관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오대산 사고에 보관하던 왕실 서적을 일본으로 반출했다. 조선왕실의궤는 1922년에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조선왕실의궤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맺을 당시 문화재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궁내청에 조선왕실의궤가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

이후 조선왕실의궤는 2001년 천혜봉 한국해외전적조사연구회 회장에 의해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렸다.

천 회장은 일본 궁내청의 도서관 격인 서릉부를 조사한 뒤 '해외 전적 문화재 조사 목록-일본 궁내청 서릉부 한국본 목록'을 발행했다. 이 책에는 조선왕실의궤 72종이 궁내청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궁내청이 소장한 것으로 확인된 조선왕실의궤의 수는 차츰 늘어나고 있다.  

국내 시민단체인 조선황실의궤 환수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궁내청에 있는 의궤는 '명성황우 국장도감의궤'를 비롯, 81종 167책으로 추정된다.

환수위원회는 조선왕조실록 환수에 성공한 불교계와 학계 인사들이 2006년 9월 경복궁 광화문에 모여 만들었다. 

이밖에도 봉선사 혜문 스님과 김원웅 전 민주당 의원,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 등이 환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환수위원회는 조선왕실의궤 외에도 현재 궁내청이 보관중인 제실도서(帝室圖書)와 경연 등도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본이 이번에 총리 담화에서 순순히 조선왕실의궤를 돌려주겠다고 밝힌 것은 그들 스스로 문화재를 약탈했다는 증거를 책 표지에 남겨놨기 때문이다.

천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이 오대산 사고에서 가져간 의궤의 경우, 표지에 '원래 오대산 사고에 있던 것을 1922년 5월에 조선총독부가 궁내청에 기증했다'는 뜻으로 '舊藏 五臺山史庫 大正 11年 5月 朝鮮總督府 寄贈'라는 도장이 찍혀있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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