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우스 푸어' 문제 고민할 때다
2010-08-08 15:05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자주 듣게 된 단어가 있다. 바로 '하우스 푸어(House Poor)'다. 하우스 푸어란 '집 가진 가난뱅이'란 뜻인데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서울에서 국민주택규모라고 하는 전용면적 85㎡ 집값이 보통 3~4억원이다. 이런 집을 가진 사람을 가난하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일단 논외로 하자.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 집값을 자랑하는 강남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도 하우스 푸어를 자처하니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하우스 푸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집을 소유하기 위해 소득의 대부분을 사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택가격 상승기에 집이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고 집을 샀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이 오르기는 커녕, 산 가격에도 팔리지 않고 금융이자만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이다.
하우스 푸어의 탄생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불패 신화 만을 믿고 투자에 나선 개인의 잘못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하우스 푸어가 대량으로 발생한다면 개인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 문제로 확대된다는데 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10년의 세월을 잃어버렸다는 일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1990년대 초반 빚을 내서 주택을 매입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하우스 푸어로 전락했다.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과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못 살 것 같은 분위기 였지만 지금은 산 가격보다 떨어지지만 않아도 다행인 상황이다.
하우스 푸어를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투입돼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문제도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돼야 할 때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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