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다른 당 지도부의 만류로 최종 결정을 내리진 못 했다.

정 대표는 이날 7·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전했다.

정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서도 선거 패배 후 당내 비주류 측에서 자신을 비롯한 지도부의 사퇴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책임 공방은 필요 없다”며 “선거 결과는 모두 당 대표인 내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내 거취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는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말해 ‘등 떠밀려’ 나가지는 않겠단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관측을 낳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박지원 원내대표도 “전당대회까지 길어봐야 한 달 남았는데, 지도부 사퇴 등으로 당을 시끄럽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밝혔으며,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선거 결과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입장은 가질 수 있으나, 정 대표는 10% 지지도의 민주당을 2년간 이끌면서 두 번의 재보선 승리와 지방선거 압승을 견인한 성과가 있다”며 정 대표 등에 대한 사퇴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내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주선 최고위원 등의 지도부 ‘총사퇴’ 및 임시 지도부 구성 요구에 대해선 “다 같이 물러나면 혼란스러우니 나 혼자 (사퇴)하는 것으로 매듭 짓겠다”고 선을 그었다.

우 대변인은 “그러나 상당수 지도부 인사들이 ‘지금 사퇴하는 건 더 무책임한 일’이라고 정 대표의 사퇴를 만류함에 따라 이 문제는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사퇴하면 그가 임명한 당직자들도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 대표와 가까운 최재성 의원도 “현 시점에서 지도부가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든 뭘 하든 할 수 있는 게 전대를 치르는 것밖에 없다”면서 “비대위의 역할이 없는 상황에서 지도부 사퇴가 과연 ‘책임’을 지는 행태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에서 전대 준비위원회(위원장 문희상 의원) 인선안을 의결했다.

준비위 부위원장은 김부겸, 문학진 의원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총괄본부장은 이미경 사무총장이 맡으며, 위원은 강창일, 김영주, 김유정, 김태랑, 노웅래, 박기춘, 박병석, 변재일, 안규백, 오영식, 윤호중, 이승천, 이호웅, 전병헌, 정성호, 정청래, 조성준, 주승용, 최규성, 최규식 의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