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와타나베 부인 별 볼일 없네

2010-07-12 16:32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반세기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낸 민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2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은 여지 없이 술렁거렸다. 이날 엔ㆍ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89.16엔까지 오르며 지난달 29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국정 장악력을 상실하면서 만성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재정개혁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세를 불리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악영향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일본의 외환ㆍ채권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재정적자는 40조6000억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6%에 달했다. 일본처럼 재정위기에 봉착한 국가의 경우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국채 금리는 치솟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올 들어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6% 올랐고 영국 파운드화와 유로화에 대해서는 각각 50%, 25% 급등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거의 제로(0) 수준에 머물러 있다. 투자심리를 북돋울 뚜렷한 재료가 없었는 데도 그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금융시장이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국외시장의 불안정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재정위기와 미국의 소비부진에 기겁한 투자자들이 유로와 달러화를 팔아치우고 엔화를 대거 사들였다는 설명이다.

일본 주식시장으로 급속히 흘러들고 있는 자금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JP모건은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일본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1996년 이래 가장 가빠르게 늘었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배 아파 할 사람은 '와타나베 부인'이다.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와타나베 부인이 보기엔 자신이 엔화 가치가 오르기 기다렸다 매도하는 소액 투기세력의 배만 불렸기 때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엔화 숏(매도)포지션 증거금 계좌수는 최근 2007년 1월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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