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개방형 의료법인 도입되면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계기로 시작된 세계경제위기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어느 정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성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 |
즉 수출위주,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고 대외적 충격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러한 고민의 해결책으로서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서비스 산업에서 찾고 있다.
서비스 산업은 내수시장을 활성화하여 수출중심의 경제구조를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제조업 분야는 2005년 415만 명에서 2009년 384만 명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비해 서비스 분야는 같은 기간 동안 1508만 명에서 1628만 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서비스 분야 중에서도 의료서비스 산업은 발전가능성이 큰 분야이다. 우수한 인재가 의과대학에 집중하고 있고, 최첨단 의료기기 보유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료기술도 이미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암치료, 안과, 성형 등에서는 선진국보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치료비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러한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아직 산업화 수준은 미흡해 의료서비스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반증해 준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도입은 진입규제를 완화하여 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경쟁의 활성화는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가격 하락 및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의료계의 임플란트, 라식수술 등의 가격인하 경쟁에서 보듯 경쟁의 촉진은 자연스럽게 가격인하로 이어진다.
또한 의료서비스 산업에 대한 민간투자가 활성화되어 병원산업이 확대되고 첨단의료 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IT, BT 등 관련 산업과의 융합, U-Healthcare 등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창출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는 국민에게는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과 관련한 가장 큰 오해는 정부가 의료의 산업적 측면만 강조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의 공공성과 산업화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 있고, 특히 민간부문이 담당하기 어려운 필수 공공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응급의료 확충을 위해 응급의료기금을 2009년 391억원에서 2010년 2022억 원으로 대폭 늘리는 등 민간과 공공의료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 걱정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고, 아직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본인부담율을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그동안에도 계속되어 왔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 본인부담율은 2000년 45.9%에서 2007년에는 35.7%로 낮아졌다.
지금 세계 각국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들은 의료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선도하거나 공공의료를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금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은 대기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활용하고 있고, 프랑스는 전문병원 형태로 안과, 성형외과 등 특정영역에서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허용하고 있다.
싱가폴 래플즈병원, 태국의 범룽랏병원 등은 해외환자유치를 위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OECD와 G-20 국가 중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우리나라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발전을 위한 틀 속에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긍정적 효과가 최대화되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이념적인 논쟁보다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의료서비스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활발히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하성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