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브라스 발주, '혹시나'했더니 '역시나'
(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브라질의 국영석유 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드릴십(원유 시추선)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 조선업계의 관심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입찰 당시만 하더라도 준비에 분주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혹시나'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페트로브라스가 여전히 '자국건조주의'를 고수해 국내 기업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수주를 하더라도 기술 지원 형태로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브라스는 지난해 4월 오는 2013년까지 심해유전 개발을 위해 1774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지지부진 끌어오다 지난 5월 26일에서야 1차 입찰을 마감한 바 있다.
이번 1차 입찰에는 국내 조선업체중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은 모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자국 건조주의’를 고집하고는 있지만 이는 정치적인 공약으로 현실성이 없다. 또 브라질 자국 내 조선소들이 시추설비를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게 넘어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페트로브라스가 향후 계획대로 28기의 드릴십을 모두 발주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 업체가 수주할 물량은 1~2척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량 발주가 드릴십에 있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이어지길 바랐던 국내 조선업체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브라질 현지에 STX유럽 야드를 보유하고 있어 한껏 기대감에 차 있던 STX는 자격요건 미달로 입찰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고 이의를 제기,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은 수주 산업이기 때문에 물량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이번 발주는 자국 건조주의에 묶여 있는데다 물량도 한정돼 있어 국내 조선업계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수주 물량을 확보해 수주 잔량을 늘여야 하는데 이번 입찰의 경우는 수주를 해도 기술지원 형태에 그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대만의 에버그린사를 비롯, 다양한 발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발주 가뭄에 목말라 하던 지난해와는 상황도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1차 프로젝트의 업체 선정 발표는 이미 큰 의미를 잃었다"며 "다만 아직 발주될 물량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 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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