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단, 고미술품 경매 '붐' 이끌까

2010-07-07 16:55

   
 
옥션 단은 지난 2일 제2회 경매에서 46%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제1회 경매 현장 모습. (사진 제공 : 옥션 단)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올해 초 고미술품 전문 경매회사로 출범한 옥션 단이 고질적인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고미술품 시장 활성화를 이끌수 있을지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옥션 단은 지난 2일 실시한 제2회 경매에서 기대에 못 미친 46% 낙찰률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특히 이번 경매는 추사 김정희(1786~1856), 영조대왕(1694~1776)이 쓴 글씨 어필(御筆), 겸재 정선(1676~1759)의 해인사 풍경, 단 한점도 국내에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경수대(經受臺) 등 희귀한 명품들을 선보여 미술계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실제 낙찰률은 예상밖이었다. 추사 김정희의 작품은 11개 중 6개가 유찰됐고, 낙찰된 작품도 대부분 시작가에 그쳤다. 영조대왕의 어필선사윤음도 유찰됐다.

이날 경매에 참석한 컬렉터들도 대부분 "시작가가 너무 높았다"는 반응이었다.

고미술품에 관심이 많다는 한 컬렉터는 "유찰된 작품 중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높은 것 같아 선뜻 경매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옥션 단은 이제 겨우 두번째 경매인만큼 앞으로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옥션 단 관계자는 "애초부터 작은 규모와 인력으로 고미술쪽으로 특화한다는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지금은 시험운전 단계"라며 "이번 낙찰률은 지난 1회와 비슷하지만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술계도 옥션 단이 신생경매사라는 점을 감안, 낙찰률 보다는 고미술품을 미술경매 시장에서 잠재성을 가진 아이템으로 등장시켰다는데 의의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양화와 몇몇 국내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위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미술경매 시장에 하나의 출구를 마련했다는 것.

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쏠림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미술 경매 시장이 불안정하고 과도기 단계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옥션 단이 사명감과 의욕을 가지고 진출한 것 자체가 시장 순기능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옥션 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무엇보다 고미술품에 대한 일반인과 컬렉터의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은 "고미술 자체가 아직도 일반인들의 관심권 밖에 있다"며 "아무리 소장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많은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려면 고미술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이 경매사와 협력해 고미술품에 대한 시장 가능성을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섭 소장은 "고미술에 대한 학술회의 등 대외인지도 확산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경매사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운용시스템을 전문화하고 선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미술경매사는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와 스페셜리스트(위탁자의 작품을 감정하고 경매 여부를 결정하는 전문가), 딜러가 구분돼 있지 않다.

이를 구분해 전문성을 강화해 미술경매 시장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경매회사가 각각 고미술·근현대미술·현대미술·보석 및 시계류 등 전문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우리나라 미술경매 시장의 양대 산맥인 서울옥션과 K옥션은 고미술부터 보석류까지 모든 분야의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고미술품을 전문으로 하는 옥션 단도 앤디 워홀 등 서양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위탁받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고미술품 시장이 활성화돼야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세계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옥션 관계자는 "우리나라 컬렉터가 전통미술품의 가치를 인정해야 내수 시장이 발전하고 결국 세계화로 이끌 것"이라며 "자국 작가의 작품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높은 중국이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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