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예술시장 고객을 위한 마케팅의 변화

2010-07-01 10:39

   
 
 
박성택 예술의전당 사무처장

고객의 요구는 진화한다. 더불어 그 형태도 다양해진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점점 진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과 같은 다양한 개념의 마케팅 기법들을 적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고객으로부터 선택 받는 기업이 돼 궁극적으로 매출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고객의 행동양식을 파악해 자사제품의 구매를 유도하고 소비행위를 통해 고객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이러한 과정은 다양한 제품군의 판촉활동에 적용되고 있다. 근래에 들어와 이러한 양상은 소비재 시장을 뛰어넘어 공연·전시 등 작품을 다루는 예술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예술현장을 방문했다는 흔적을 남긴 관객에게는 어김없이 새로운 예술상품에 대한 메일공세가 이어지고 다양한 예술정보가 담긴 안내물들이 고객을 찾아간다.

특히 예술상품의 특성은 재고가 없는 상품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기간 내에 상품을 모두 판매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술상품 판매자들은 마케팅과 판촉을 위하여 수많은 시간과 돈, 열정을 쏟아 붇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받아보는 고객들에 의해 너무나도 쉽게 외면당하거나 버려진다. 어떤 문화예술마케팅전문가는 이메일을 통해 발송된 예술상품정보의 15% 정도만 고객이 주의 깊게 읽어줘도 성공한 정보전달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는 고객의 구매행위를 통해 표면에 표출된 데이터만으로 고객의 성향을 분석하여 마케팅전략을 수립·적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투입한 자원에 비해 거둘 수 있는 결과가 매우 미미해 낭비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2003년 여름 미국에서 개최된 NCDM(National Center for Database Marketing)회의에서 참석 기업 62% 이상이 기존의 고전적인 마케팅방법에 대해 회의를 느낀다고 답했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고객이 남긴 단순한 데이터에 의존하는 ‘고객지향’에서 벗어나 고객의 감정과 경험을 존중하는 ‘고객주도 및 고객중심’이 주제가 된 고객의 경험을 관리하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대두되고 있다.

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와 관련한 책자의 저자이자 콜롬비아비지니스 스쿨 마케팅 교수인 번트H. 슈미트는 2002년 카네기홀에서 고객경험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고객의 경험세계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알기 어려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예술상품 마니아들의 대부분은 예술상품을 구매하는 과정 중 핵심적인 경험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주변 환경요소에 대해서는 개선사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프로그램 안내책자의 글씨 크기가 좀 더 커져야 한다’ 든지 ‘중간휴식 시간에 객석에서 프로그램 책자를 읽을 수 있도록 조명의 밝기가 좀 더 밝아져야 한다’ 등과 같은 간과하기 쉬운 세심한 부분에서의 고객의 소구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엘리베이터의 속도, 공중전화와 칵테일 바의 위치 등 일상적인 시각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카네기홀의 사례는 예술시장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관객에게 핵심 상품부터 부수적인 상품까지 일관성 있는 통합적인 경험을 선사해야 하는 예술상품의 특성 때문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통합은 고객에게 기업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다른 기업의 상품과 차별화를 가져오며, 고객과의 깊은 연결고리를 형성시켜준다. 또한 기업이 한 목소리를 내게 해 의사소통의 혼란으로 발생하는 재정의 낭비로 인한 비용을 절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합과정이 성공하려면 전사적인 참여는 물론이거니와 기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재무시스템 조차도 고객중심을 위한 배려심이 녹아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