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도서 서평] '천국에서의 골프'

2010-07-05 15:23

천국에서의 골프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18명의 인생 수업

밥 미첼 지음 | 김성 옮김 

“내가 제대로 들은 거야? 하느님을 상대로 골프 시합을 한다고?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50년 동안 살아오며 사랑하고 가르치고 노력하고 성공하고 실패했던 날들, 그게 모두 이 한 경기에 달렸다고?”

 인생의 축소판, 골프!

 흔히 우리는 인생을 스포츠에 비유한다. 42.195km를 인내하며 달려야 하는 마라톤도, 9회말 홈런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머쥘 수 있는 야구도,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축구도, 제각각 우리의 인생과 닮아 있다. 인생도 스포츠도 안전과 모험 사이에서 항상 갈등해야 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며,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즐길 수 있는 것이리라. 이 책 『천국에서의 골프』는 많은 스포츠 가운데 골프와 인생을 다루고 있다. 왜 하필 골프일까?

위대한 천재들과의 인생을 건 승부가 펼쳐진다!

실제 스포츠광에 대학 교수를 지냈던 저자를 빼닮은 이야기 속 주인공 엘리엇 굿맨은 어느 날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생사의 기로에 선다. 그런 그에게 거짓말처럼 나타난 하느님은 엘리엇에게 느닷없이 그의 목숨을 건 골프 시합을 제안한다. 하느님과 ‘맞짱’을 뜬다는 말도 안 되는 일에 대한 설렘과 고작 18홀에 자신의 남은 인생이 걸렸다는 사실에 긴장하는 것도 잠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시작으로 피카소, 프로이트, 레논, 먼로, 베토벤, 셰익스피어, 간디 등 그의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비범한 인물들이 하나둘 하느님의 대타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엘리엇 굿맨은 18홀을 돌며 스포츠 만능에 여자 베이브라 불리는 자하라이스나 어떤 시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아 ‘아이스 맨’이라 불리는 벤 호건 같은 막강한 상대 앞에서 주눅 들기도 하고, 때론 꽤 괜찮은 경기를 펼치다가도 운이 따라주지 않아 지기도 한다. 퍼팅 라인도 제대로 읽지 못해 도움을 청하는 먼로를 아마추어라고 우습게 봤다가 큰 코 다치고, 힘의 완급을 조절하지 못해 마지막 퍼팅을 놓쳐 다 이긴 경기를 망치기도 한다.

그렇게 금세 무너질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던 주인공은 매 홀 만나게 되는 인물들을 통해, 아등바등 일에 치여 사느라 가족과의 시간을 잃고, 늘 생각만 많아 이리저리 재다가 결국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인생을 쟁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마지막 18홀에서, 아쉽게도 그는 단 1밀리미터 때문에 시합에서 패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경기에 임한, 다른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면밀히 관찰하며 장점은 받아들이려 노력하면서 끈질기게 싸운 그에게 하느님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정말 소중한 것은 하늘 아래, ‘이 세상’을 살아갈 열정과 의지, 그리고 따뜻한 마음임을 하느님은 ‘천국에서의 골프’ 시합을 통해 그에게 전한 것이다.

빌 브라이슨보다 유머러스하고 알랭 드 보통보다 박식하다!

처음에는 자신의 목숨을 건 경기의 승패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상대와 라운딩을 하며 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를 즐기기 시작한다. 매 홀 상대가 바뀌는 이 책은 각 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성을 잘 잡아내 유머러스하게 비틀어 ‘다음에 만나게 될 인물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경우에는 발명의 대가답게 자신의 골프 클럽을 직접 제작해 사용한다거나, <모나리자>의 미소에 감춰진 비밀은 치아 교정기에 있다는 식으로 가정하고, 존 레논은 비틀스의 노래 가사로, 청력 장애로 침묵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던 베토벤은 그의 교향곡 <운명>으로 대사를 처리해 재미를 더한다. 형식도, 내용도 각 캐릭터의 특성을 완벽하게 잡아낸 구성은 독서, 음악, 여행, 미술,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탐구해온 저자의 역량이 오롯이 발현된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골프를 통해 삶의 기술을 전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곳곳에서 독자를 울고 웃게 만들며 인생과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골프에서나 인생에서나 부드러움에서 나오는 힘이 있어요. 인내를 통해 성과를 이룰 수 있고, 양보를 하며 앞으로 나아가지요. 극기를 통해 열매를 얻습니다. 금욕으로 충만함을 얻고, 타협을 통해 이득을 얻으며, 겸손함으로써 승리를 얻고, 희생을 통해 보상을 받게 됩니다. 용서, 친절, 무욕, 사랑 같은 바른 행위를 하게 되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골프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전념하고 저기 놓여 있는 저 작은 볼을 잘 다루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27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