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주택정책 싱가포르 HDB의 장점만 배워라

2010-06-28 14:38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한국의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 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금자리주택이 국내 부동산 시장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데다 일부 물량이 강남권에서 공급되는 탓에 민간 수요가 공공주택으로 전환되면서 분양시장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여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는 강화된 데다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집값 하락→거래경색→미분양ㆍ미입주 아파트 속출→건설사 유동성 위기 등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6시간 거리, 인구 500만, 면적 707㎢의 싱가포르. 이 곳은 전 국민의 90% 이상이 자가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구의 80% 이상이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싱가포르 또한 정부의 주택정책이 강력하기로 유명하지만 우리 정부와는 큰 차이점이 있다. 우선 싱가포르 정부는 민간 주택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누가 어떤 집을 지어 얼마에 공급하든 철저하게 시장에 맡기고 있다.

두번째로는 주택개발청(HDB)이 균질의 공공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는데 가격은 시중의 55~60% 선이다. 수요자는 사회보장성 저축인 중앙연금준비기금인 CPF(Central Provident Fund)와 HDB를 통해 저금리로 집값의 최대 80%까지 융자를 얻을 수 있다. 정책을 잘 활용할 경우 최초 주택 구입시 개인은 집값의 2%만 부담하면 된다.

그런데도 투기는 없다. 바로 환매조건부 분양이라는 제도 때문이다. 신규 주택 구입자가 5년 이내에 주택을 되팔고자 할 때 HDB에만 팔수가 있다. 5년이 지났을 경우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시세차익의 10~25%를 HDB가 환수해 공공에 재투자된다.

물론 각 나라의 주택정책은 그 나라의 특수성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부동산 문제 때문에 국민적인 에너지를 낭비해 온 만큼 싱가포르의 주택정책의 장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가 주택공급을 보금자리주택에 올인하는 만큼, 싱가포르 HDB의 공급 및 관리정책을 우리 정책에 점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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