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G20회의…美-유럽 재정정책 놓고 신경전 '팽팽'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오는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재정정책의 방향을 두고 미국과 유럽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미국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뒷받침하려면 경기부양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서둘러 긴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G20 정상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지금 경기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회복 국면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며 "성장세를 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럽은 전혀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바마가 성장을 강조하는 데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긴축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반박했고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시장의 신뢰를 얻으려면 국가재정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거들었다.
영국 정부가 전날 발표한 새 예산안은 미국과 유럽의 극명한 입장차를 반영하고 있다. 예산안의 골자는 향후 4년간 정부 지출을 25% 줄이겠다는 것이다. 케서린 스미스 IHS글로벌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영국의 새 예산안에 대해 "참으로 눈물겹다"고 했다.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오바마의 주장은 미국 내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경기부양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인 탓이다.
스튜어트 패트릭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유럽의 긴축 움직임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는 미국 내에서도 설득력이 없다"며 "오바마는 유럽의 지도자들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는 결국 양측의 엇갈리는 입장을 감춘 (의미 없는) 성명이 도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정책 외에 이번 회의에서는 은행세 도입 문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또한 국가간 입장이 갈려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달 초 한국에서 열렸던 G20 회의에서는 일본과 브라질, 캐나다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최근 낸 공동성명에서 은행세 부과안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도 지난 1월 은행권에 투입된 구제금융 규모를 감안, 900억달러의 은행세를 걷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규제와 관련한 국제공조 방안도 논의 대상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금융개혁안이 마무리 단계에 도달함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금융규제 수위를 맞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함께 쓴 기고문에서 "우리는 국제적으로 레버리지 수준을 낮추고, 자본 수요를 늘리며, 자본의 질과 양 모두를 개선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이번 회의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단행했지만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만큼 위안화 환율 문제도 다뤄질 전망이다. 또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문제도 이번 G20 회의에서 다뤄질 민감한 사안 가운데 하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속도가 더뎌지고 위안화 절상효과가 잊혀지는 올 하반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 G20을 계기로 한 양자 정상회담에서는 천안함 사건 및 북한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주요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에서 천안함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G20과 함께 열리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도 천안함 침몰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국들은 G8 성명에 천안함 문제를 거론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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