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국제금융포럼] "거시건전성, 독립 감독체계 필요하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에 대한 ‘거시건전성감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감독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가 이 새로운 감독기능을 담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이 분야의 감독체계를 정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현재 학계와 정책당국의 중요한 관심사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한 몇 가지 외부충격이 있었다. 예를 들면,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외국자본의 급격한 이탈로 인한 원화가치 및 주가지수의 하락, 은행권 외채의 만기연장이 어려워 짐에 따른 CDS 리스크프리미엄의 급상승, 그리고 미국, 유럽의 경기침제로 인한 수출의 급격한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동시에 부동산 PF대출의 급격한 증가와 이의 결과로 발생한 아파트 미분양사태, 가계대출의 증가와 함께 증가하는 대량부실 가능성 등의 내부 리스크요인도 거시건전성 감독의 대상이 된다.
1930년대 대공항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정책적 의미에 대한 연구가 거시경제학의 주요 과제로 장기간 지속된 바 있다. 이번의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향후 많은 이론적, 실증적 분석이 오랜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문헌에 보고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수 년간에 걸쳐 지속된 미국 모기지시장으로의 투자쏠림현상(credit concentration), 그리고 유래 없는 부동산가격의 급등락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동화제도는 2002-2007년 기간 중 대량의 투자자금이 미국 모기지시장으로 집중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요인이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미국 모기지유동화시장이 보여주는 첫번째 교훈은 정부정책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즉, 2000년대 초부터 미국 모기지유동화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미국 정부의 통화정책과 부동산정책이 시장참여자의 인센티브를 크게 왜곡시킨 점이 있고, 따라서 거시건전성감독에 있어서 정책리스크의 고려가 필요하다.
주택시장에서도 2003년 이후 주택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게 되는데 이 또한 양도소득세의 대폭 인하, 낮은 모기지이자율과 같은 정책관련 변수들이 미래 집값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심리와 맞물려 주택가격의 거대한 버블을 형성하게 된다.
미국 모기지유동화시장의 몰락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미시건전성감독과,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하는 거시건전성감독 간의 보완적 관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2003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한 유동화상품이 급증하게 됨에 따라 모기지대출에 있어서 신용위험관리가 방만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음으로 거시건전성감독체계의 정립을 위해서는 자산가격의 버블여부를 측정할 수 있은 지표 (최근 IMF가 논의하고 있는 'z-score' 등을 포함한),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는 거대하고 복잡한 금융기관의 규정과 이들에 대한 특별감독, 그리고 ‘대마불사형 금융기관’이 금융시스템에 끼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보증료 부과 (예: 은행세) 등의 다양한 관리방식에 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위기과정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유동화제도는 여러 경제적·제도적 환경에 따라 금융시스템의 불안 및 주태가격버블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제도는 시장 여건에 따라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유동성 공급, 대출금리의 인하, 장기채권시장의 발전과 같은 사회적 혜택 또한 미국의 금융시장 역사에서 검증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GDP의 약 10%에 불과한 (미국의 경우 70%) 유동화시장을 더욱 활성화하여, 저소득층 등 서민에 대한 주택대출 확대, 채권시장에 접근이 어려운 중소기업채권 발행의 확대와 같은 양의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