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절상 시동…세계 경제 성장 자양분되나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에 시동을 걸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위안화 절상에 나서면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2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43% 낮은 달러당 6.7980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2005년 7월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하며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2.1% 끌어올린 뒤 최대폭 절상한 것이다. 인민은행은 유로와 엔화에 대한 환율 역시 각각 1.2%, 1.1% 낮췄다. 현재 위안화의 하루 환율 변동폭은 달러화에 대해 ±0.5%, 유로화나 엔화 등 비달러화에 대해서는 ±3%다.
인민은행이 이날 고시한 환율은 전날 종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사실상 용인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연내 2%, 향후 1년간 4~5%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위안ㆍ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이 종전의 0.01~0.02%에서 0.1~0.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점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의 위안화 절상 조치가 세계 경제의 성장세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월가 이코노미스트 17명의 전망을 취합한 결과 중국이 내년까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4% 올리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1% 상승할 것으로 점쳐졌다. 중국 경제의 회복세에 대한 확신이 반영된 위안화 절상 조치가 중국의 소비력을 높여 미국의 수요 부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리만 베라베시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환율제도 개혁은 세계 경제 성장률 자체보다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절상에 힘입어 전 세계 GDP는 올해 3.8%, 내년에는 3.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날 중국의 위안화 절상 조치에 대해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주말 중국의 환율제도 개혁 방침 발표에 기대감을 나타냈던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ㆍ달러 환율은 6.8095위안까지 올랐다. 위안화 가치가 18개월래 최대폭 떨어진 것이다. 위안화 절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일각에서는 중국 금융당국이 급격한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마준 도이체방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달러 페그제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일방적인 위안화 절상 방침을 밝힌 것은 아니라며 단기 변동성 확대가 진정한 관리변동환율제 복귀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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