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헝가리쇼크', 제2의 그리스사태로 비화하나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공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자 헝가리 정부는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불안감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번 사태가 그리스 사태와 판에 박은 듯 닮았기 때문이다. 왜곡된 재정 통계와 향후 대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 이전 헝가리 과도정부는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4%에 불과했고 올해는 GDP의 3.8%인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출범한 새 정부는 재정실태 조사 결과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7.5%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정조사팀을 이끈 미하일 바르가 헝가리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과도정부가 세운 2010년 예산에는 심각한 거짓말과 눈속임이 들어 있었다"고 비난했다.
다만 그는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발언들은 과장됐으며 정부는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역시 정확한 재정적자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의구심을 사고 있다.
새 정부의 긴축 의지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의 피데스(FIDESZㆍ청년민주동맹)가 개헌선을 초과하는 압승을 거두며 집권에 성공한 것은 경제성장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덕분이기 때문이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도 긴축기조를 끝내겠다고 거듭 공언해왔다. 그는 향후 10년간 일자리 100만개 창출, 세금감면,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헝가리 정부가 긴축 종료 공약을 접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디폴트 공포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정책으로 지난해 헝가리 경제가 6.8% 역성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공약 철회는 저항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헝가리는 2008년 IMF와 2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로 몰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신중론이 우세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올해 헝가리의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4.1%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EU(회원국 평균 6.3%)는 물론 그리스(9.3%)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GDP 대비 공공부채 규모도 올해 79%로 EU(84%)와 그리스(125%) 수준을 크게 밑돌게 될 전망이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 담당 집행위원도 "헝가리 재정위기는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헝가리가 그리스처럼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헝가리는 이미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해 헝가리의 공공부채 규모는 GDP의 78%로 EU 신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지만 EU 회원국 평균치(74%)나 그리스(115%)를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편 빅토르 총리는 이번주 초 경제정책 실행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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