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글TV, 새로운 생태계 알리는 신호탄

2010-05-26 13:36

(아주경제 감혜림 기자) "구글TV는 TV처럼 재미있고 컴퓨터처럼 똑똑한 TV다."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전 세계가 기다려온 깜짝 선물이 개봉됐다. 바로 구글과 소니가 손잡고 내놓은 스마트 TV, 일명 '구글TV'다. 통신과 TV제조업체의 만남이 새로운 TV 생태계 지형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날 공개된 구글TV는 소니가 제조한 TV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했다.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운 것은 당연하다. TV에 나오는 음성을 자동인식해 자막을 구현하고 사용자의 상황을 분석하는 지능형 검색도 가능하다.

스마트TV는 TV에 운영체제를 탑재해 인터넷·애플리케이션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TV에서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는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한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그동안 TV기술은 '화질 싸움'이었다. 흑백에서 컬러로, 브라운관에서 LCD·LED·PDP 등 평면 TV로. 이제 개방성이 핵심인 인터넷이 TV 속으로 들어왔다. 콘텐츠와 능동성이 TV의 핵심 기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구글TV가 나오자 업계와 언론은 각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비교하느라 바쁘다. '기술과 문화 패턴의 변화를 읽지 못해 또 다시 아이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 '예상만큼 파장이 강하진 않을 것이다' 등 저마다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세계 TV시장에서 3등으로 추락한 소니가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한다. 1·2인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느긋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다수가 시청하는 TV 특성상 개인적 미디어인 휴대폰과는 기술 적용 양상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또 휴대폰과는 달리 스마트TV 분야를 오래전부터 연구·개발해왔다는 것이다.

백조가 생각난다. 우아함을 지키는 것은 좋다. 대신 이를 위해서는 부지런한 발놀림이 필수란 점을 알아야 한다. 이번 판은 소니가 만든 게임이다. 3등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룰을 1·2등이 어떻게 풀어갈 지 고민해야 한다. 경계해야할 것은 3등만이 아니다. 당장 애플TV가 출시될 전망이다.

개별업체의 손익계산서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보자. 구글TV는 새로운 TV 생태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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