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 강자 ‘최틀러’ ···소리없이 뛴다

2010-05-24 19:11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은 언론을 피한다. 지난 3월30일 청와대로 들어간 이후 최 수석의 최대 관심은 ‘경기회복’으로 여기에 매진키 위해서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경제수석실 관계자는 “매일 매일 바쁘게 생활하신다”며 말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과 함께 1차관에 올랐던 그는 고환율 정책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2008년 7월 차관자리에서 물러났고, 이후 1년8개월여만에 다시 경제지휘자로 우뚝 섰다. 오래 기다린 만큼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은 급하다.

◆‘애국 최틀러’, 막강 환율방어 뽐내

최 수석의 별명은 ‘최틀러’다. 환율 관련해 군사 작전식 전방위 개입을 자주해서다. 그는 2003년 4월부터 2년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일하면서 환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고발언과 강력한 물량개입을 퍼부었다.

그 결과 당시 정부의 환율 마지노선으로 유지된 1140원은 ‘최중경 라인’으로 불린다. “어설픈 개입은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란 자신의 말처럼 최 수석은 그 시절 고강도의 환율시장 개입을 주문했던 것이다.

최 수석과 함께 일했던 재경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들은 그를 ‘책임감 강한 환율주권론자’로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최 수석이 외환 정책을 수립할 때 잣대는 사심이 없이 오로지 정책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만 따졌다고 한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2004년 환율 급락으로 외국환평형기금 당기 순손실이 10조원으로 늘어나자 국장이던 최 수석은 “실무자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국익을 위해외환시장 개입이란 정책을 선택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책임은 담당 국장이 지면된다”고 결연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최 수석과 재무부 시절 옆방에서 근무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두뇌가 명석하고 일 잘하는 분’으로 기억한다. 경기고 3년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최 수석은 2000년 이헌재 재경부 장관 때 금융정책과장으로 일하다 이듬해 진념 장관으로 바뀌면서 비서실장으로 파격 승진한다. 이는 드문 경우로 그만큼 일 잘하고 똑똑하니깐 뽑혔다는 평가다.

◆‘적극성’, 각국 이사들 한방에 장악

그는 적극적이기도 했다. 2005년 8월 최 수석이 세계은행 그룹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서 상임이사로 근무한지 1달쯤 됐을 때의 에피소드다. 최 수석은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 해외로 파견된 직원들의 고충은 호주, 뉴질랜드 등 외국 관계자들을 상대하는 것.

이 난제를 최 수석은 적극성으로 풀어갔다. 회의 중 한 호주출신 이사가 엉성한 말을 하면, ‘듣기’에 강한 최 수석이 바로 집어내 ‘족집게’로 통했다고 한다.

이후 1년 후 최 수석은 이사회를 주도해 나갔고, 대부분 국내인들과 식사했던 전임 이사들과는 달리, 외국 이사나 간부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는 그와 같이 IBRD에서 근무했던 정부관계자의 전언이다.

◆‘무리한 환율 조작’이라는 우려도 제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최 수석에게는 낮도 밤도 없었다. 현정부 출범 후 재정부 1차관을 지내면서 그는 24시간 비상대기하면서 나라를 걱정했다고 한다. 역외선물환시장(NDF)환율 움직임을 실시간 살피면서 담당 과장에게 외환시장 상황을 브리핑 받길 원했다. 최 수석은 우리 경제가 환율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NDF 환율이 급등을 하거나 급락을 해도 최 차관은 재정부 담당자들에게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왔고, 그때마다 즉각적인 시장 대응 태세를 갖추라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이같이 최 수석이 강한 면모를 지닌 만큼 주변의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최 수석이 환율주권론자로 비친 데 대해 시장의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그런 기조를 계속 가지고 간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강만수 장관, 최 수석 등이) 이 대통령의 ‘747’(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위 경제대국)공약을 위해 대놓고 환율을 올리겠다고 나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며 “환율은 민감한 사안이어서 신중히 개입하더라도 남모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신중치 못한 환율개입은 국제사회로부터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많은 논란에도 최 수석이 빠른 경기회복을 위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지 주목된다.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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