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Cover Story 마케팅의 ‘공공성’을 획득하라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세계 최고의 항공사인 브리티시 항공의 기내에는 동전 수거함이 있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기내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외국 동전들을 이 동전 수거함에 넣어줄 것을 부탁한다.
해외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사람들의 번거로워하는 지갑 속 외국 동전을 대신 처리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여기서 모인 세계 각국의 동전들은 1946년에 세워진 국제 자선기관 유니세프로 보내진다. 브리티시 항공은 동전 수거함을 통해 전세계 아동들을 지원하는 따뜻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했다. 공익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국내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은 2001년부터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주최하는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마라톤대회는 ‘핑크리본’ 캠페인의 일환이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여성들의 유방암에 대한 예방의식을 제고하고, 조기검진을 통해 모성 보호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캠페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핑크리본 사랑마라톤대회에는 지금까지 15만여명이 참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여기서 모인 15억여원(1인당 1만원)의 성금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했다.
핑크리본 사랑마라톤대회 | ||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8일 부산 요트경기장에서 올 첫 ‘핑크리본사랑마라톤’을 진행했다. 10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4월 부산을 시작으로, 5월 대전·6월 광주·9월 대구·10월 서울에서 릴레이식으로 개최되며, 참가비 전액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해 유방건강을 위한 활동 기금으로 쓰인다. |
◆윤리적 가치 충족…마케팅의 진화
마케팅을 그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이론으로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공익마케팅은 광고가 폭주하고 상품이 범람하는 시대에 마케팅이 고객의 정신적, 윤리적 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담고 있다.
해미쉬 프랑글과 마조리 톰슨은 그들의 저서 <공익마케팅>에서 “공익마케팅은 윤리적 가치를 돈으로 사는 행위가 아니라, 진실한 도덕적 가치구현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와 충성도를 얻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단기성 자선행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과거의 무작위 자선이나 기부행사의 관행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부합되는 자선기관이나 공익 이슈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LG의 ‘친환경 어린이집’ 기증은 LG의 브랜드를 명분이나 이슈에 전략적으로 연계시키는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는 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국사회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저출산․육아’ 이슈를 직접다루면서 LG의 친환경전략을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LG, 저출산이슈․친환경전략 연결
LG복지재단은 지난달 29일 ‘친환경 어린이집’인 ‘시립 수청어린이집’을 건립해 오산시에 기증했다. LG는 매년 15억원을 들여 어린이집을 건립해 지방자치단체에 기증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 오산 ‘시립 수청어린이집’은 파주 ‘꿈나무 미래ㆍ희망 어린이집’, 구미 ‘시립 천생어린이집’에 이은 제3호 어린이집이다.
LG복지재단이 건립한 시립 수청어린이집 | ||
지난달 29일 LG복지재단은 친환경 어린이집인 '시립 수청어린이집'을 건립해 오산시에 기증했다. |
그러면서 LG하우시스의 향균기능을 갖춘 마루와 유해물질 분해효과가 있는 벽지 등을 사용해 유해환경으로부터 안전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절약형 창호도 사용해 기존 일반창호 대비 25%가량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붕에는 LG CNS의 태양광발전시스템을 설치해 최대 연간전기료의 13% 정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LG는 어린이집의 기증을 통해 저출산․육아 이슈에 적극 대응하면서 그 방식으로 LG의 계열사들의 다양한 친환경기술을 접목시켜 ‘친환경 LG’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LG 관계자도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 극복을 지원하고 어린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위해 친환경 어린이집 건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익마케팅은 기업들이 고객 개인의 범주에 머물렀던 마케팅의 범위를 사회적 범주로 넓히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마케팅을 기업의 핵심이념을 실천하는 기능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공익마케팅은 기업들이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경영계에서 공익마케팅을 두고 “고객들을 상대로 기업의 핵심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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