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하락 대장株 발목 잡나
(아주경제 오성민 기자) 최근 원·엔환율의 가파른 하락세가 국내 증시 및 IT 등 대표 수출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8일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1원2전 오른 100엔당 1205원86전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 원·엔환율은 지난 2일 2008년 10월1일 이후 처음으로 1200원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같은 엔화 약세가 자동차·IT 등 대표 수출주들의 가격경쟁력을 훼손할 뿐 아니라 엔화 약세기에 코스피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 대비 엔화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있어 가격 경쟁력 약화로 풀이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엔 환율이 10% 하락 시 한국의 수출은 4% 가량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KB투자증권은 대장주인 자동차, IT 하드웨어의 주당순이익(EPS)은 원·엔 환율에 후행한다고 진단했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국내 25개 세부업종을 분류대상으로 원·엔 환율과 EPS 수정비율과의 상관관계를 점검한 결과, 원·엔환율이 하락하면 이들 종목의 실적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반도체의 EPS 수정비율은 원·엔 환율 추이에 둔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엔화 수준으로는 수출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여지는 적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일본이 유동성 추가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엔화 가치는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엔화 강세기에는 코스피가 상승하고 엔화 약세기에는 하락하는, 엔환율과 코스피간 역의 관계가 성립해 왔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 1분기 호실적으로 높아져 있는 기대치에 엔화 약세라는 불편한 대외변수가 끼어들 경우 자칫 고점을 찍고 하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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